마스크 가격[횡설수설/서영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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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시절도 있었군요….’ 인터넷 맘카페에서 누군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KF마스크 가격을 묻자 깨알 같은 답변들이 줄줄이 달렸다. 홈쇼핑에서 묶음으로 사면 개당 300∼700원꼴, 약국 낱개 판매로는 1000∼1500원 선이 많단다.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는 100개에 5000원대가 흔했다고 한다. 마스크에 관한 한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다른 세상인 것이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생필품’이 돼 버린 마스크가 너무 비싸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정부가 통제하는 공적 마스크 제도가 도입될 당시는 개당 5000원을 호가하며 ‘마스크 대란’을 빚던 상황이었다. 코로나 전까지 KF94 가격은 800원대(통계청 집계)였지만 공급 대란 상황이니 ‘1500원’이란 가격은 뒷전에 놓였다. 하지만 수급이 나아진 뒤에도 공적 마스크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두 배나 비싼 데다 KF94와 KF80 가격이 같다는 점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불만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주 3장씩 4식구면 월 7만2000원이다. 가계에 부담이 크다”며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

▷이미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공적 마스크보다 싼 마스크들이 속속 유통되고 있는 것. 제조업체들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1000원대 초반 가격에 KF마스크를 팔고 있다. 이마트가 오프라인에서 판매 중인 KF80 마스크는 7개 한 묶음에 4600원대다. 한국의 주간 마스크 공급량(4월 마지막 주 기준)은 국내 생산량과 수입량을 합쳐 8652만 장으로, 이 중 절반이 소비되고 절반은 재고로 쌓인다고 한다.

▷마스크 대란 시절 만든 해외 발송 규제도 완화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에게 마스크를 보내려 우체국에 간 사람들은 1인당 월 8개 제한 등 깐깐한 절차와 비싼 배송요금, 작은 메모쪽지 하나 함께 넣지 못하게 하는 빡빡함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KF 마스크 대신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필터교체형 면 마스크를 보내려 해도 필터를 보낼 수 없게 막혀 있다.

▷마스크 가격에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 재료 가격, 각국의 법 규제 등 여러 요인이 작동한다. 정부는 6·25 참전용사들에게 마스크 100만 장을 보내고 인도적 해외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한다. 공급이 안정됐고 더 값싼 마스크가 시장에 유통 중인데도 공적 마스크가 정해진 가격을 고수해야 하는 이유를 시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장 13일부터 등교개학이 순차적으로 시작되면 마스크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수요 폭증 상황에 신중히 대비하되 공적 마스크 가격 통제와 해외 친지에게 보내는 마스크에 대한 규제는 유연하게 업그레이드할 때가 됐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
#마스크#코로나19#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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