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용계산 허술하고 구체성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청사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00시 00분


코멘트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를 열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높이는 내용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지난해 7.6%에 비해 4∼5배 확대되는 것으로, 4월 공청회에서 밝힌 초안 내용이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가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은 향후 20년에 걸친 국가 에너지 계획의 큰 방향을 담고 있어 ‘에너지 헌법’으로 불린다. 이 계획에 따라 전력수급 계획, 에너지원별 계획 등이 정해진다. 그런데 이번 3차 계획에는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수치만 담기고 원자력발전, 석탄발전 등 다른 발전원의 비중 목표가 빠져 있어 최상위 에너지 계획이라 부르기 무색하다.

3차 계획은 원전에 대해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감축한다’고 언급했을 뿐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1, 2차 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을 각각 41%, 29%로 명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공청회 때도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연말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발전 비중을 구체화하겠다고 미룬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대폭 낮춘 원전 비중을 제시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더 큰 반발이 생길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세계적 추세이긴 하지만 국토가 좁고 일조량이 부족한 한국은 이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데 현실적 제약이 많다. 특히 원전에 비해 발전단가가 3배나 비싼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릴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2020년대 후반이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전보다 낮아진다는 국내외 기관들의 예측을 내세웠지만 자연조건에서 비교 열위에 있는 한국은 그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을 근거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속히 늘렸다가 전력 수급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믹스’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지만 에너지 백년대계는 에너지 안보, 환경성, 경제성, 산업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탈원전이라는 목표에 지나치게 구애받지 말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신재생에너지#태양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