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박재명]사라진 ‘거래세 인하’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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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산업2부 기자
박재명 산업2부 기자
지난해까지 부동산 세금 조정과 관련된 정부 고위층의 목소리는 비슷했다. 지난해 7월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입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보유세가 부담이 된다면 거래세는 경감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후 거래세 인하’라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10월 국회에 가서도 “중장기적으로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런 흐름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의 예전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 실장은 공직을 떠났던 2011년 8월 언론 인터뷰에서 “보유세가 늘어나는 만큼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 부동산 세금의 총액을 높이는 건 곤란하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세(稅)가 적은 나라가 아니다. 이걸 한 번에 시행하면 나라가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해가 바뀌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급격한 인상은 현실이 됐다.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전국적으로 역대 최고인 9.13%, 서울도 17.75% 올랐다. 고가 주택 소유자를 중심으로 보유세 인상률이 법정 상한선인 50%에 이르는 경우도 속출할 것이다. 아파트도 4월 공시가격 대폭 인상이 예고됐다.

그렇다면 ‘반대급부’에 해당되는 거래세 인하는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 거래세는 부동산을 거래할 때 내는 취득세와 양도세 등이다. 주택 당국 고위 관계자는 “아직 논의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세정 당국에서도 거래세 인하와 관련해선 미온적인 반응이다. 올해 거래세 인하와 관련된 대책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이 중 부동산 시세차익에 대해 납부하는 양도세를 깎아주는 데 특히 부정적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양도세의 원명(原名)은 양도소득세로 거래세가 아니고 소득세”라며 “소득세 원칙에 따라 집행되는 것이 맞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거래세 인하를 ‘불로소득(不勞所得) 용인’으로 보는 정부와 여당의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런 기류가 계속될 경우 지금까지 형성한 부동산 세제 개편의 공감대가 무너질 수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양도세를 포함한 한국의 거래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0.4%)의 5배에 달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이 거래세를 많이 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부동산 보유세(GDP 대비 0.8%)가 OECD 평균(1.1%)보다 낮지만, 올해 큰 폭의 상승이 이뤄질 것이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보유세 인상 후 거래세 인하’ 목소리가 힘을 얻어 왔던 것이다.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인하는 균형을 맞추면서 국민들에게 적절하게 부담이 가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 세금 부담을 적절하게 조율하지 않고 무작정 올리다가는 조세 저항은 물론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명 산업2부 기자 jmpark@donga.com
#거래세 인하#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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