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소도 시간도 부적절한 국가보안법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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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국가보안법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4 남북공동선언 11주년을 기념해 방북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평양에서 기자들에게 “평화 체제가 되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해 불씨를 던졌다. 민주당 대변인이 “당장 뭘 하겠다는 게 아니고 남북의 법과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커지고 있다.

올해만 남북 정상이 3차례나 만났을 만큼 남북관계는 변화하고 있다. 연말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져 좌파단체 회원들이 인공기를 들고 나와 찬양 발언을 하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형사 처벌을 하라는 요구가 나올 것이다. 법과 현실이 충돌하는 난처한 상황을 이 대표가 감안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국보법 개폐 문제는 여야가 국회에서 논의할 일이다. 집권당 대표가 북한 땅에서 이 문제를 꺼낸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

국보법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위협을 막는 데 존립 근거가 있다. 이 법의 개폐를 놓고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논란을 벌여왔다. 한반도에 확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이 법의 폐지까지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 문제를 꺼내려면 공론을 모으는 절차를 거쳐 때가 무르익어야 한다. 보수층에선 국보법을 여전히 국가안보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불쑥 국보법 문제를 꺼내면 남남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여권은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성급하게 국보법 문제를 꺼내 평지풍파를 일으켜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국보법 개폐는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을 적화하려는 북한의 노동당 규약 등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면서 상호주의에 입각해 고쳐도 늦지 않다.
#국가보안법#이해찬#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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