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하]혼돈의 가상통화, 정부가 길 열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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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가상통화 시장, 한국 비중 급속히 늘고 있어
日은 금융청 사전심사 의무화… 규제와 육성의 균형 동시 추진
규제 앞서 실태 파악하고 전담할 정부 부처 정해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1월 15일 세계표준시간 기준 0시 현재 2698개의 가상통화, 1만4982개의 마켓, 166개 거래소에서 최근 24시간 총거래량 165만5992비트코인. 가상통화의 실시간 거래 상황을 알려주는 글로벌 정보업체 코인힐의 정보다.

거대해지고 있는 세계 가상통화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막대하다.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가상통화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은 글로벌 가상통화 태풍의 중심에 서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 거래량 순위에서 한국의 빗썸은 2위로 세계 거래량의 13.76%를 점유하고 있고, 30위권 안에 우리나라 거래소가 4개, 후발의 여러 신규 거래소도 성업 중이다.

그러나 가상통화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바람은 광풍에 가까운 것으로 정상을 벗어났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가상통화 가격의 급등락으로 엄청난 이익을 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손해를 본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2017년 1월 1일 998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약 1년 만인 12월 16일 20배 수준인 1만9497달러로 급등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급등락을 거듭하는 시세가 가상통화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가상통화의 변동성이 오히려 일확천금의 기회로 인식되면서 가상통화 거래소 회원 수가 몇백만 명에 이르고 1일 평균 거래량이 수조 원에 달하는 등 수요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동일 가상통화임에도 해외 가격에 20∼40%의 ‘김치 프리미엄’이 붙는다는 것은 한국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열풍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가상통화 거래 참여자 상당수가 자신이 구매하고 있는 가상통화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묻지 마’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즈아(가자)’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가상통화 시장은 그 말 그대로 아무런 대책 없이 가고 있다.

가상통화 시장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과열 상태임에도 이를 진정시켜야 할 정부가 적절한 대책은 내놓지도 못한 채 각 부처의 장들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가상통화의 버블 붕괴에 내기를 걸자고 하는가 하면, 11일에는 법무부 장관이 느닷없이 거래소를 폐지하겠다고 언급해 가상통화 가격이 폭락하기도 했다. 정부의 가상통화 규제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 참가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직은 범부처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해 사태를 진화한 것은 다행이지만, 14일에는 거래실명제를 중심으로 하는 규제 방안이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를 보면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더구나 실태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가상통화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은 상이하다. 미국은 지난달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는 등 가상통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미 재무장관은 가상통화가 불법 행위를 감추는 데 사용된 스위스은행 계좌의 ‘현대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가상통화 거래소의 금융청 사전 심사와 등록을 의무화하고, 가상통화 이익에 대한 과세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등 육성과 규제의 균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중국과 러시아는 가상통화의 거래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각국 정부는 적정 수준의 규제 틀을 만들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가상통화가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로 커져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부가 예단하고 어느 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에는 조심스러운 때인 건 틀림없다. 시장이 화끈하게 달아오를 때까지는 엉거주춤하고 있다 뒤늦게 갑자기 시장에 찬물 끼얹는 무책임한 발언으로 대거 혼란에 빠뜨리는 모습은 시장을 가볍게 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닮은꼴이라 우려된다.

현시점에서 가상통화는 명칭부터도 정하기 어려울 만큼 정체성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규제에 앞서 실태 파악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서는 이를 전담할 부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가상통화의 성격으로 볼 때 법무부보다는 금융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극심한 과열 현상 등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있겠지만, 성급하게 투기성만을 따지기 이전에 몇백만 명이 참여하고 있고 엄청난 자금이 몰려 있는 시장의 존재 자체를 인식해야 한다. 또 서서히 윤곽을 잡아가고 있는 글로벌 규범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면서 가상통화가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각 가상통화가 만들어진 본래 목적에 충실해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적 틀 안에서 연착륙할 수 있게 유도해 나가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가상통화#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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