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기의 트럼프 ‘행동’ 나선다면 韓美채널 작동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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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이 노골화하면서 미국 내에서 ‘말이 아닌 행동’을 해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취임 후 두 번째로 내각을 전부 불러 모은 뒤 “북한(문제)을 해결할 것이고 해결될 것”이라며 “우리는 뭐든 다 처리한다”고 밝혔다. 초강력 제재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 외교안보 수뇌부도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대화는 끝났다”고 공언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김정은 축출작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외교 거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중국의 불안을 줄여주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만큼 워싱턴 조야(朝野)가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강경론을 뒷받침할 만한 실행력이 트럼프 행정부에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컨트롤타워인 백악관은 거의 내전 상황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일찌감치 경질설에 휩싸였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하차설이 제기된다. 특히 국무부 내 한반도 라인 진용이 갖춰지지 않았다. 전문가는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뿐이고 동아태차관보, 주한 미국대사도 공석이다.

서방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북한과 전쟁을 벌일 수도 있으며 트위터로 전쟁 명령을 내리지 말라는 법도 없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만에 하나 북한과 대화 모드로 돌변해 ‘평화협정 체결-미군 철수’ 트랙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트럼프 행정부에 동북아의 향후 구도와 한미동맹의 미래, 한국민의 안전까지 고려한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전문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지금 동북아에서는 미중 대결 구도에 한국과 일본, 북한과 러시아가 가세하면서 북핵을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트럼프가 분풀이 대상을 잘못 찾았다”고 들이받았다. 러시아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법안 의회 통과를 계기로 미국 외교관을 대거 추방하고 대북 원유 수출도 늘렸다. 이런 긴장 구도 속에서 트럼프가 ‘행동’에 나선다면 불꽃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8월 위기설’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을 내릴 때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고 내밀한 논의를 해 나갈 한미 간 채널이 있는지 걱정이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미국통과 안보 전문가가 보이지 않고 주미 대사도 아직 공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미 안보협의체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대륙간탄도미사일#미중 대결 구도#러시아#한미일 대 북중러#신냉전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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