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케리의 사드 작심발언에 “3NO” 반복하는 정부 무책임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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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케리 장관이 그제 오후 한국을 떠나기 직전 서울 용산의 주한 미군기지에서 북한의 핵개발 등을 거론하며 “이것이 우리가 사드 체계와 다른 것들에 대해 말하는 이유”라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데는 전략적 의도가 엿보인다. 그런데도 정부가 사드에 관해 어떤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며 ‘3NO’만 되뇌니 국민은 불안하고 답답하다.

케리 장관의 발언 이전에도 미국 당국자들은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때마다 정부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해 의혹을 키웠다. 케리 장관은 한국 정부의 이런 ‘전략적 모호성’을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드를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앞에선 “한미 간 대북 공조는 1인치, 1cm의 빛이 샐 틈도 없다”고 강조했던 미국이 뒤돌아선 ‘사드 폭탄발언’을 터뜨려 사실상 한미공조가 안 되고 있음을 노출시킨 꼴이다. 오죽하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NO’만 말하는 상황은 한미동맹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겠는가.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射出)시험에 성공했고, 현재 2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체인은 2020년대 중반이나 돼야 구축된다. 주한미군까지 위협을 느끼는 안보 상황인데도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위를 지켜야 할 한국 정부가 여태껏 동맹국인 미국과 협의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무책임하다.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사실을 감추는 것이라면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안보협력을 기대하고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을 주중대사로 기용했다. 김 대사의 가시적 활동은 최근 홍콩 펑황TV 회견에서 “사드는 중국이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한 것이 고작이다. 측근인 거물 대사를 보내고도 중국을 설득하지 못해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사드에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가 한미동맹에 이간질을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의 동맹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한중관계와 동급일 수 없다. 사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 문제다. 정부는 이제라도 한미 간 사드 논의의 실상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대응 방침을 밝혀야 한다.
#케리#사드#3NO#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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