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은 1·3·5호선으로 갈아타는 환승역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오고 간다. 유독 번잡한 이곳에서 나를 당황케 하는 풍경이 있으니 계단을 가득 채워 앉은 노인들이다. 대부분 할아버지들인데 이곳이 마치 노인들의 만남의 광장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겨울이라 그런지, 더 많은 사람들이 계단에 앉아 있다.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마음이 혼란스럽다. 따스한 곳에서 여가를 즐겨야 할 노후에 공기도 안 좋은 지하철역 구내에서 초라하게 앉아 시간을 보내야 하다니. 씁쓸한 마음이다. 복지국가니,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이니 하면서 내놓은 그 많은 정치적 약속과 정책의 결과가 이 지경이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해가 바뀌어도 이곳의 모습은 그대로다. 도대체 노인복지정책은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노인들의 쉼터가 된 종로3가역은 앞으로도 갈 곳 없는 노인들로 붐빌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노인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좀 더 나은 쉼터가 마련돼야 한다. 선진국 노인들처럼 여유롭고 우아한 여가는 아니더라도 노후의 품위는 지켜져야 한다. 오늘도 그들의 초라한 모습을 보면서 바쁘게 나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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