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상연]아인슈타인의 실수

김상연 과학동아 편집장 입력 2015-01-06 03:00수정 2015-0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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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과학동아 편집장
4년 전 ‘이공계 특성화 대학’으로 불리는 몇 개 대학의 입시 기획기사를 준비한 적이 있다. 후배들이 열심히 써온 기사를 고치다가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입학 책임자들이 하나같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인재라도 뽑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넙죽 절이라도 하고 모셔가야 할 판에 아인슈타인을 뽑지 않겠다니? 물론 단서가 하나 붙어 있었다. ‘독불장군 인재라면’이었다. 즉 아무리 똑똑해도 남들과 소통하거나 협력하지 못한다면, 자기 혼자 잘났다고 남을 무시한다면, 그런 사람은 자기네 대학이 원하는 인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과학은 공동 연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올해는 마침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딱 100년이 되는 해다. 아인슈타인은 정확히 1915년 11월 25일 3쪽짜리 논문을 발표한다.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이 논문이 이후 100년의 세계를 뒤흔든다. 그런데 ‘일반상대성이론 100년’으로 특집 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담당 기자가 묘한 말을 한다. “아인슈타인 혼자 상대성이론을 만든 게 아니더라고요.” 아무리 천재라도 어느 누가 과학이론을 혼자 완성했겠는가.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새해 초에 조금 잘난 체도 할 겸 상대성이론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상대성이론은 두 개가 있다. 특수와 일반 상대성이론이다. 둘 다 아인슈타인이 발표했다. 특수가 10년 먼저, 그러니까 1905년 발표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물체가 빛처럼 빨리 움직일 때 거리가 길어지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내용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한마디로 중력의 법칙이다. 즉 태양처럼 무거운 물체가 있으면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 주변을 지나갈 때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설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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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상대성이론은 간단한 계산으로 증명할 수 있다. 수학에 약한 나도 지난 마감 때 해냈다. 문제는 일반상대성이론이다. 휘어진 공간을 수학적으로 묘사해야 하는데 아인슈타인도 처음에는 계속 실패했다. 한마디로 수학 실력이 부족해서다. 그러다 교수였던 수학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 드디어 ‘휘어진 공간의 기하학’을 완성한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수학자 친구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이제 동료 과학자들의 활약이 시작된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과 시공간의 관계를 다룬 복잡한 방정식이다. 아인슈타인 본인조차 이 방정식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방정식을 풀어서 답을 내지도 못했다. 그런데 어떤 과학자가 방정식에서 블랙홀이라는 답을 찾아냈다. 팽창하는 우주, 결과적으로 빅뱅이라는 답을 내놓은 과학자도 나타났다. 어떤 사람은 암흑 물질을 떠올렸고 어떤 사람은 암흑 에너지를 생각해냈다. 아인슈타인이 화두를 던지자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답을 내놓은 것이다. 그 모든 노력이 일반상대성이론이라는 집을 멋지게 지었다. 그 노력은 지금도 ‘중력파 찾기’로 계속되고 있다.

앞서 말한 대학의 한 총장과 두어 달 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일이 생각나 정말 아인슈타인 같은 인재가 와도 성격이 안 좋다면 떨어뜨릴 건지 물었다. 그 총장은 “정말 아인슈타인이라면 뽑아야지”라며 웃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무시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우주상수’라는 과학적 실수를 쿨하게 인정했던 사람이다. 그토록 싫어했던 양자역학과 자신의 상대성이론을 화해시키려고 말년을 보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비록 고집이 셌지만 필요하다면 남의 말을 듣고 남과 같이 일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김상연 과학동아 편집장 dream@donga.com
#이공계 특성화 대학#아인슈타인#독불장군#일반상대성이론#특수상대성이론#양자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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