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각 해도 청와대 이대로 두고는 국정 쇄신 없다

  • 동아일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사표가 그제 수리됨에 따라 개각이 가시화됐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1기 내각 멤버 전체를 교체하는 대폭 개각에서부터, 몇몇 장관만 바꾸는 소폭 개각 아니면 해수부 장관 원포인트 개각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평소 국면 전환용 개각에 부정적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과,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에 따른 ‘인사 트라우마’를 고려하면 개각이 소폭에 그칠 수도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긍정적인 평가는 39.3%, 부정적인 평가는 49.5%(20∼22일 리서치앤리서치)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크게 낮아진 상태다. 획기적인 인적 쇄신으로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새로운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개각은 불가피하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때 사의를 표명했으나 총리 후보자 2명의 연이은 낙마로 어쩔 수 없이 유임돼 ‘한시적 총리’라는 인상이 짙다. 국정 쇄신의 상징성을 보여주려면 유능하고 믿음직한 새 총리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한항공 사건에 대한 부실 조사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민의 눈은 내각보다 청와대 쪽에 더 쏠려 있다.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을 그대로 두고는 아무리 큰 폭의 개각을 해도 국정 쇄신의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비선의 국정 농단이나 권력 투쟁에 대한 국민의 의혹도 말끔히 씻기 어렵다. 김 비서실장은 청와대 문건 유출 초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데다 대통령비서실 관리 소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있다. 박 대통령이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은 이들 때문에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자꾸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개각만 한다고 저절로 국정이 쇄신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동아일보와 고려대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40개 핵심 정책 가운데 13개가 국민과의 소통 부족 때문에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대통령과 정부의 심각한 소통 장애를 함께 고쳐야 한다. 박 대통령이 장관과 보좌진의 대면 보고를 받기보다는 보고서만 들여다보는 국정운영 방식도 탈피해야 한다. 특히 인사와 업무에서 총리와 장관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국정 스타일의 변화가 절실하다.
#이주영#개각#정홍원 국무총리#국정 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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