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이슨 리]외국인 창업, 한국의 3가지 매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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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리 재미동포·제이제이리 컴퍼니 대표
제이슨 리 재미동포·제이제이리 컴퍼니 대표
‘창업가’의 의미는 무엇일까? 거친 파도 속에서 허름한 뗏목 하나에 몸을 의지하며 신대륙을 찾기 위해 열심히 돛대 질을 하는 외로운 선장의 모습이 아닐까. 미국 국적을 가진 동포로서 한국에 머물기 위한 비자를 받는 것도 그 수많은 거친 파도 중 하나였다. 좋은 사업 아이템과 특허, 훌륭한 자질을 갖춘 팀이 있었지만 정작 이 땅에 마음 편하게 정착할 수 없다는 점은 그 무엇보다도 큰 스트레스였다.

아이디어가 떠올라 신이 나다가도 3개월마다 단기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일부러 국경을 넘어갔다 와야 했다. 실명 인증을 해야 하는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하지 못해 로그인 되지 않은 메인 페이지만 멍하게 보고 컴퓨터를 닫아야 하는 일도 허망한 일이었다.

최근 창업 능력을 갖춘 외국인을 위한 ‘창업비자’ 제도가 생겼고 내가 그 첫 번째 수혜자가 되는 행운이 찾아왔다. 대학생 때 등록한 2개의 특허가 법무부로부터 창업비자를 받을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미국인인 내가 한국에서 창업한 것을 두고 의아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유가 있다. 외국인 눈으로 볼 때 국내 창업 환경은 매우 우수하다. 나는 이것을 ‘정보기술(IT) 인프라’, ‘훌륭한 인적자원’, ‘친절한 국민성’이라는 세 가지로 요약한다.

우선,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IT 인프라를 비롯해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다. 세상에 이렇게 빠른 고급 서비스들을 꽤 괜찮은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라고 스스로 묻곤 한다. 지하철 등 잘 갖춰진 대중교통으로 서울 구석구석을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고, 노트북만 있으면 빠른 무료 와이파이로 언제 어디서든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것이다.

두 번째로, 대한민국 사람들의 뛰어난 자질이다. 창업을 함께할 팀원을 구하기에 유리하다. 국민의 IT에 대한 이해도가 기본적으로 매우 높기 때문에 스마트한 사용자들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친절함이다. 내 주변의 외국인 친구들은 이렇게 진심으로 자신들에게 잘 대해주는 국민과 정부는 흔치 않다고 말한다. 외국인 인재를 위해 각종 창업 지원을 해주는 배려는 미래 경쟁력을 대비하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평가하고 싶다.

한국에서 창업하려는 외국인들이 내 주변에 많이 있다. 이참에 외국인과 내국인이 서로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한국에서 창업한 외국인들과 국내 창업가들이 모여서 융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싶다. 외국인들은 해외 서비스를 준비하는 국내 창업가들에게 도움을 주고, 내국인들은 외국인 창업가들에게 국내 창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조언과 도움을 준다면 한국이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것은 기술 창업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꼭 해외에, 실리콘밸리에 나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IT 창업을 준비하거나 관심 있는 외국인 친구들과 삼삼오오 사무실을 함께 쓰면서 창업을 한다면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글로벌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오늘 일곱 번째 ‘세계인의 날’을 맞아 한 가지 소망이 있다. 한국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지만 외국인들을 부담스러워하고 멀리하려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있다. 자신감이 강하고 높은 영어 수준을 갖고 있는데도 외국인과 친하게 지내려 하지 않는 보수성은 국제화 수준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한국인들이 마음속의 벽을 허물고 좀 더 적극적으로 외국인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기대한다.

제이슨 리 재미동포·제이제이리 컴퍼니 대표
#창업#외국인#IT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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