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의 변화부터 보여주는 대국민 담화여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9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발표하는 세월호 침몰과 관련한 대(對)국민담화는 ‘4·16 참사’ 이전과 이후의 나라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박 대통령도 16일 세월호 유가족과의 청와대 면담에서 “4월 16일 사고가 있기 전과 후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탄에 빠진 유가족과 국민이 슬픔을 딛고 ‘안전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합심할 것이냐, 아니면 민심 이반이 심해지고 국정 운영도 위기에 빠질 것이냐가 대통령의 담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담화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난방재시스템 확립, 공직사회 혁신 방안 등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획기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유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대통령의 변화를 보여줄 때 대한민국도 달라질 수 있다고 우리는 본다. 유가족들도 “우리 아이들의 죽음을 초석으로 나라가 좀더 선진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안전을 지키는 최종 책임자라는 인식과 함께 기존의 만기친람식 리더십 스타일도 국민이 원한다면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인사 원칙으로 강조했던 전문성에도, 책임성에도 크게 미흡했던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쇄신도 밝혀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안(代案)을 갖고 다시 대국민 사과도 드리고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관료들이 실효성보다는 전시용으로 급조한 대책들이 담화문에 섞여 있다면 국민의 실망이 커질 것이다. 국가안전처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해 재난 컨트롤타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 검찰 수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대통령이 유가족 면담에서 밝힌 특검이 과연 필요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대통령 면담에서 한 유가족은 “9·11테러 이후 미국은 1년(실제는 2년) 동안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수만(수백만) 페이지에 달하는 대책을 만들었고 그 결과 더 신뢰감 있는 국가로 우뚝 서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도 그걸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급조된 안전대책이 부실시공으로 귀결된다면 정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에 빠질 우려가 크다. 유족과의 면담에서 밝혔던 세월호 특별법이나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방안도 담화에 포함돼야 한다.

박 대통령은 오늘 담화를 발표한 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 중인 원전 1호기 원자로 설치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다. 우리 고급인력의 중동 진출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국익 차원의 판단이라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취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일상으로 돌아가 본업에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어린 생명들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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