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성원]‘대통령 바라기’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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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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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논설위원
박성원 논설위원
여당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이 느닷없이 “(서울시장 후보로) 중국에 가 있는 권영세 대사를 소환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는 소식에 혹 잘못 들었나 싶었다. 권 대사가 과연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시장의 대항마로 출마할 정도의 비중 있는 인사’인지는 따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부임 7개월밖에 안 된 주요국 대사를 지방선거에 차출하기 위해 소환한다는 발상을 전해 들은 중국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얼마 전엔 정몽준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한 데 대해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경기지사 불출마를 고수하고 있는 김문수 현 지사에 관해서는 당에 돌아와 대표 경선에 나서더라도 2, 3등 안에 들기 힘들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6월 지방선거는 코앞에 다가오는데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 대표와 김 지사가 2017년 대선을 의식하며 지방선거 출마를 거부한다는 게 당 지도부로선 야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의 자산이 될 수 있는 후보군을 당장 눈앞의 선거에 써먹지 못한다고 깎아내리는 게 당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할 일일까.

뻔히 예정돼 있는 전국선거에 내세울 후보군을 미리미리 키우든지 외부에서 영입을 하든지 준비작업을 하고,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도 가다듬어 내놓는 것이 정당의 기본 임무다. 대선 끝난 지 1년이 넘도록 뭘 하다가 개학 앞둔 날 저녁 몰아치기로 숙제하듯 진지한 설득이나 치밀한 전략 없이 이 사람 등 떠밀고 저 사람 찔러보다 서로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유권자에 대한 집권여당의 예의가 아닌 듯싶다.

이런 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표한 혁신경제 3개년 계획은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 차원의 경제혁신위를 설치하고 통일연구센터를 설립해 통일헌법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내수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모두 풀겠다고 밝혔음에도 정작 새누리당이 155석이나 차지하고 있는 국회는 규제과잉 의원입법을 걸러내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심의조차 않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에서도 새누리당 지도부는 존재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당 지도부가 계란을 맞을 각오로 사전에 철도노조를 만나 ‘아닌 것은 아니다’고 설득하고 들을 것은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이 굳이 김무성 의원에게 채널 역할을 요청했겠나.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나서기를 주저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에 ‘창조경제’에 필요한 ‘창조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황 대표는 어제 회견에서 새누리당을 역사가 오래되고 큰 항공모함에 비유하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얼마나 긴밀한지 한참 동안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 눈에 지금의 새누리당은 주인의식을 갖고 민심 현장과 소통하며 정부를 이끌기보다는 대통령 지지도에 얹혀가면서 대통령 의중만 살피는 ‘대통령 바라기(한쪽만 바라보도록 목이 굳은 사람’이라는 뜻의 옛말)’ 정당처럼 보이는 게 현실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흔히 코드-이념 연합체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관계는 실용-이익 연합체로 분석되기도 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관계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혹자는 새누리당을 장성한 딸의 수입에 온 식구가 의존하는 비정상적 가족 구조에 비유한다. 새누리당의 재구성 없이는 박 대통령이 ‘2인3각 경주와 같다’고 한 임기 2년차 국정운영에 여권이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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