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차르’ 푸틴의 방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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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다가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은 형식과 시기 면에서 특별하다. 한국의 새 대통령 취임 이후 4강 정상 가운데 러시아 지도자가 가장 먼저 방한하는 것은 처음이다.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표방해온 푸틴 대통령이 평양이 아닌 서울을 먼저 찾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러시아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이어 중국을 방문해 전통적인 미→일→중의 순서를 깬 것과 같은 파격이다.

▷푸틴은 ‘현대판 차르’로 불린다. 2000∼2008년 2기 연속 집권한 데 이어 지난해 세 번째 집권했다. 개헌으로 임기가 6년으로 늘어 이번에는 2018년까지 일한다. 푸틴은 독재자라는 부정적 평가를 무릅쓰고 러시아 제국 부활을 꿈꾸며 권위주의적 통치를 서슴지 않고 있다. 대외정책도 강경해 미-러 관계는 냉전 이후 최악이 됐지만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합의를 이끌어내 러시아의 위상을 높였다. 푸틴은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리스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푸틴은 한반도 문제에도 관심이 크다. 2000년에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끌어낸 바 있다. 그래서 러시아에서는 푸틴이 서울에 오기 전 평양을 찾아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그의 ‘선(先) 한국 방문’은 김정은의 핵과 경제 병진(竝進)정책에 대한 거부로 볼 수도 있다. 푸틴이 서울에서 북한을 향해 무슨 말을 할지도 관심사다.

▷푸틴은 1, 2기 집권 때 연평균 7%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유가 하락과 개혁 부진으로 현재 러시아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올해 성장률이 1.8%에 그쳐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푸틴의 계획은 먹구름이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협력 확대를 경제 회생의 돌파구로 삼으려 한다.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러시아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성이 커진다. 푸틴의 방한은 경제적 실리와 대북(對北) 국제 공조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경제#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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