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준]지도를 보라, 창조경제 길이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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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허준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2011년 1월 익명의 한국인이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를 450억 원에 구매했다는 기사가 났다. 한국인이 아닌 대만 출신의 가오민환이라는 사업가로 밝혀진 오보였지만 필자에게는 더 흥미로운 사건이 되었다. 필자가 기술총괄이사로 재직했던 미국 벤처기업이 관계한 기업 중의 하나가 그가 운영하는 가민(Garmin)이라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가민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관련한 활용 시스템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다. 100∼500달러 정도의 혁신적인 가격에 한 손에 꼭 들어오는 크기와 예쁜 인터페이스를 통해 일반 대중용 GPS 시장을 단숨에 평정했다. 2003년 창업 3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을 하고 7년 만에 시가총액 200억 달러(약 22조 원)의 회사가 되었다. 이 회사가 집중한 분야는 당시 급속히 확장되던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장과 캠핑 트레킹 요트 등 야외활동용 GPS였다. 애플, 구글, MS, 노키아와 같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왜 지도를 경쟁적으로 제작하고 있을까? 지도의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는 ‘미래 광고시장의 기반’이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데 있어 지도는 핵심적인 자원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구글 지도를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화된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구글에 기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MS와 노키아는 지도 서비스를 통해 더는 뒤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글은 2012년 500억 달러(약 55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중 30%는 직접적인 온라인 광고에서 나오고 있으며, 65%도 온라인 광고와 간접적으로 관련된 매출이다. 바꿔 말하면 지도를 지배하지 않고는 사용자 맞춤형 광고시장을 놓칠 수밖에 없고, 결국 자체 지도 없이는 주요 IT 기업들의 미래는 없는 셈이다.

미래부에 따르면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성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에 접목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새로운 경제전략’이다.

창조경제를 위한 핵심전략 중의 하나가 정부가 구축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정부 3.0이다. 산림청은 가민이 미국에서 사용한 것과 유사한 등산로 지도를 공개할 예정이며, 국토교통부는 지도를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한 지도 관련 시스템을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합리적인 결정이다.

그러나 유사 법령을 1968년부터 시행한 미국에 비하면 만시지탄일 뿐이다. 지도(공간정보)를 매개로 ‘창조경제’를 구현하고 싶은가? 핵심은 지도와 관계된 행정개인정보를 어디까지 민간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가에 있다. 마침 공간정보와 관련된 국가적인 행사인 ‘디지털국토 엑스포’가 이달 13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허준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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