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非理 복마전’ 대우조선 민영화 앞당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7일 03시 00분


울산지검은 부품 납품을 대가로 협력업체로부터 35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11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혐의가 가벼운 임직원 12명의 징계도 회사 측에 요청했다. 이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는 절로 탄식이 나온다. 한 중간 간부는 차명계좌 4개를 통해 협력업체 11곳으로부터 12억 원에 가까운 뇌물을 받았다. 일부 간부는 “아들이 수능시험을 치는데 순금 행운의 열쇠를 사 달라” “아내가 TV를 보고 ‘김연아 목걸이’를 갖고 싶어 하니 사오라”고 요구해 받아 챙겼다. 협력업체로부터 가족들의 일본 여행경비를 받아내고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차로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대우조선은 1999년 대우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당시 대우중공업의 조선 부문이 떨어져 나와 2000년 출범한 뒤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정부는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 2조9000억 원을 투입해 출자(出資) 전환 조치를 취했다. 현재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으로 사실상 국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살려놓았더니 일부 임직원이 갑(甲)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부품 납품 과정에서 비리(非理)가 만연하면 결국 제품 가격에 전가돼 기업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더구나 대우조선은 유조선 컨테이너선 같은 상선 외에도 잠수함 구축함 등을 건조하는 방위산업체다. 납품 비리가 국가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와 최대 주주인 산은은 대우조선 경영 실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벌여 책임을 엄격히 묻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2008년 이 회사를 민영화하기 위해 입찰을 실시해 한화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으나 한화의 자금난 등으로 최종 계약이 무산됐다. 정부와 산은은 ‘비리 복마전’으로 전락한 대우조선의 민영화 작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기업 지배구조보다는 민간 대주주를 찾아주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 대우조선 매각 대금을 재정 건전화에 사용할 수 있고 ‘주인 없는 회사’에서 발생하기 쉬운 도덕적 해이도 막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비리#뇌물#국영 기업#세금#공적자금#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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