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6·25 ‘잊혀진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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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이다. 연인원 150만 명의 미군이 참전했고 3만6000여 명이 전사했는데도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에 밀려 ‘역사의 고아’라는 소리를 듣는다. 당시로서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나라에서 혹독한 추위를 견디면서 벌 떼처럼 몰려드는 중공군에 맞서야 했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었을 수도 있다. 농담 반으로 추위가 중공군보다 더 무서웠다고 회고하는 참전용사들은 6·25를 ‘가장 추웠던 겨울(The Coldest Winter)’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이 베트남전쟁 기념관보다 13년 뒤인 1995년 개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장진호전투에 참가한 해병대 장병 19명을 형상화한 동상으로 유명한 이곳은 우리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필수 코스다. 오리건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메인 주에도 기념관이 있다. 버지니아 주 노퍽의 맥아더 장군 기념관 안에 있는 6·25전쟁 전시관에는 2000년 개전 50년을 기념해 한미 양국 정부가 제작한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가 새겨진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6·25전쟁의 정전 협정 체결 60주년을 앞두고 어제 워싱턴의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6·25 전시관 개관식이 열렸다. 전쟁 동영상과 함께 당시 사용했던 무기와 전투복 등을 전시하고 있고 전황을 전하는 신문 기사와 사진도 있다. 매년 10만 명 이상이 찾는 ‘펜타곤 투어’ 코스에도 포함돼 미국인은 물론이고 외국 관광객에게도 좋은 관람거리가 될 것 같다.

▷북한의 기습 남침을 막아낸 ‘사실상의 승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잊혀진 승리(The Forgotten Victory)’를 전시관의 전체 테마로 삼은 것이 눈에 띈다. 북한은 정전 협정을 조인한 날짜인 7월 27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선전하며 국경일로 삼고 있다.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참전한 중국은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라며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북한을 지켜낸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휴전 상태인 6·25전쟁, 기술적으로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6·25전쟁#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잊혀진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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