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영재]21세기 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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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재 한국해양학회장·충남대 교수
노영재 한국해양학회장·충남대 교수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이날을 기념일로 정한 데에는 무엇보다 바다로의 진취성을 국민에게 고취하고자 하는 뜻이 있다.

대한민국의 신성장을 위한 추동력은 부활된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인이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국민들의 해양과 바다에 대한 인식 개선과 계몽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바다를 소비와 유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의 인식을 바다의 진정한 기능과 소중함을 느끼는 쪽으로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1970년대 고도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바다를 희생시켰다. 각종 중금속 오염물이 무차별적으로 바다에 버려졌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고도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21세기 초엽에는 바다를 달리 대우해야만 할 것이다. 오염물을 마구 버려도 되는 하수구가 아니라 우리 지구촌의 생명을 지탱해 주고, 수산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해운회사들의 활동 무대, 또 증가하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저장고로 말이다.

장보고 대사 시절의 황해, 동중국해, 동해가 당시로서는 신천지 우주였다면 오늘날 한민족의 활동무대는 5대양 6대주를 망라한 전 지구다. 장보고 대사의 개척정신을 오롯이 이어받은 한국 해양과학자들은 북극의 다산연구소와 남극의 세종연구소에서 전 지구를 아우르는 대양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해양 패권에 대한 경쟁은 미국, 중국, 일본 등의 강대국들 간에 해양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와 효율적인 정부조직의 개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국가해양위원회(NOC)와 중국의 국가해양국(SOA)이 그 예다. 한국은 이제 겨우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켜 바다에 대한 의지를 다시 결집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파고는 높다. 잃어버린 지난 5년을 되찾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바다는 단순히 물고기를 잡고, 해수욕을 즐기고, 물류를 수송하는 도구만이 아니다. 우리는 물론 전 인류의 미래가 잠자고 있는 ‘보고(寶庫)’임을 명심해야 한다.

노영재 한국해양학회장·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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