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문화전쟁 번진 트랜스젠더 ‘女탈의실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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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들 피트니스 불매-테러 위협
성소수자들 불안속 반발… 논란 확산

2015년부터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의 여성 탈의실 출입을 허용해 온 미국 최대 피트니스 체인업체 ‘플래닛피트니스’가 극우 성향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과 테러 위협에 직면했다. 오랫동안 이 업체를 이용했던 성소수자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피트니트센터가 ‘문화전쟁’의 전장이 됐다.

2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알래스카주 내 플래닛피트니스 지점을 이용한 한 여성 고객이 지난달 12일 “여자 화장실에 면도하는 남성이 있다”면서 트랜스젠더의 사진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렸다. ‘고객이 스스로 밝힌(self-reported) 성 정체성에 따라 시설을 이용하게 한다’는 방침을 둔 플래닛피트니스는 이 여성의 회원 자격을 취소했다.

극우 인플루언서 하야 라이칙은 이 같은 플래닛피트니스의 행태를 문제 삼으며 여론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틱톡 내 극우 계정 ‘틱톡의 자유주의자들(Libs of TikTok)’을 통해 플래닛피트니스의 방침을 문제 삼았다.

라이칙의 문제 제기 후 약 한 달 반 동안 미 전역의 플래닛피트니스 지점에는 최소 54건의 폭탄테러 위협이 보고됐다. 26일에도 버지니아주의 한 지점이 폭탄테러 위협을 받아 인근 교통이 통제됐다. 성소수자 고객들은 “운동하러 가기가 겁난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1992년 설립된 플래닛피트니스는 미국에서만 260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도 상장됐다. 하지만 해당 논란 이후 주가는 7.5% 하락했다.

앞서 지난해 4월 버드와이저 등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맥주 제조업체 AB인베브도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에게 ‘성전환 1주년’ 기념 맥주를 선물했다가 홍역을 치렀다. 보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자 지난해 2분기(4∼6월) 미국 내 매출이 10.5% 줄었다. AB인베브는 미국 내 인력 2%를 해고해야 했다. 극우 소비자들은 “플래닛피트니스도 AB인베브처럼 만들자”고 주장한다.

문화전쟁은 11월 미 대선의 주요 의제다. 성소수자, 낙태, 인종 등의 의제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진보 성향을 내세우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미국 문화전쟁#트랜스젠더#여성 탈의실 허용#플래닛피트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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