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톡톡]‘식물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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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부 출범도 못하게 발목 잡아서야… 인사검증은 관행인정하고 기회를 주길
대통령이 정치파트너인 야당 몰아세워서야… 작은 것 주고 큰 것 얻는 정치력 필요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한 번도 못할 정도로 국정운영이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100일 중 천금같은 10일이 날아갔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여기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사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새 정부의 장관 인선을 보면서 “깨끗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그렇게 없느냐”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성직자를 뽑는 것도 아닌데 검증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주 ‘톡톡’에서는 최근 ‘식물 정부’에 대한 민심을 들어보았습니다. 오혜진(연세대 식품영양학과 4년), 권소영 동아일보 인턴기자(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라 현실 옹호론과 비판론을 균형 있게 다루기로 했습니다. 다들 의견은 다를지라도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하루빨리 안정된 국정운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모아졌습니다. 》
여야에 대해
■ 야당이 문제다

○정권 초인데 국정 운영이 제대로 안 돼 안타깝다. 대통령 담화를 보고 불통, 독선이라고 비판하는데 나는 국가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저 정도는 되어야지 하고 이해하게 됐다. 담화를 보고 국정 운영 의지에 대한 단호함을 느끼면서 대통령에게 신뢰가 갔다.(33·여·변호사)

○최근 ‘식물 정국’의 책임은 여당에 있다기보다 야당에 더 있다고 본다. 야당이라면 일단 정부가 출범하게 도와 주고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나왔을 때 비판하는 게 더 현명한 처신이라 생각한다.(45·자영업)

○오죽하면 취임 직후에 대통령이 노기(怒氣) 서린 담화문까지 발표했을까. 그런 모습에 대해 비판도, 비난도 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대통령이 취임 초에 일은 할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야당으로서는 매사 공격하고 싶겠지만, 결국 국정이 마비되면 피해 보는 것은 국민 아닌가.(58·주부)

○대통령이 여기저기 눈치보고 휘둘리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꼿꼿이 밀고 나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인사 문제도 말이 많은데 역대 정부도 다 그래 왔다. 대통령이나 장관 후보자 개인 잘못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모두 그런 시대를 살아왔던 면이 더 크다고 본다. 지도자가 이번처럼 강단이 있는 모습도 보일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단지 너무 완고하게 비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46·회사원)
■ 여당이 문제다

○대통령 담화를 보고 좀 무서웠다. 대통령이 너무 화가 난 듯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랏일을 걱정하는 모습은 공감하고 메시지도 맞는데 전달하는 방법이 옳지 못했던 것 같다. 여야가 협상하고 있는데 담화문으로 밝힐 것이 아니라 입법부 파트너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합의의 시간을 주는 것이 맞다. 대통령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48·공무원)

○대통령 담화는 국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을 호통 치기 위한 것 같았다. 남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강압적으로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이 실린 톤이나 손가락으로 뭔가를 지시하는 모습도 그랬다. 메시지는 남지 않고, 대통령에 대한 무서움만 남았다.(42·여·공무원)

○담화에서 보여 준 태도와 언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식의 극단적인 용어는 전시(戰時) 용어 아닌가. 정치 파트너인 야당을 몰아세우기보다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정치력이 부족한 것 같다.(50·주부)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대통령이 생각하는 내용이 국민에게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의지를 갖는 것은 좋지만 욕심대로 다할 수는 없지 않은가. 5년마다 정부 조직이 바뀐다. 하지만 막상 5년은 뭘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기존 조직들 역시 과거 정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좀 더 열린 시각으로 야당 의견을 들어줄 필요가 있다.(48·공무원)
▼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대해
■ 아쉽다

○능력이 있고 애국심이 있는 사람을 이렇게 내칠 수는 없다. 그런 사람 데려오기가 어디 쉬운가. 좋은 사람은 외국에서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지금 방식이라면 절대 좋은 사람 쓸 수 없다.(52·주부)

○“아내가 울고 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미국 사람들은 가정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 문화에 익숙한 아내 처지에서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지 짐작이 간다. 김 전 후보자 처지도 이해된다.(45·교수)
■ 실망이다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이어서 그런지 ‘결정이 참 빠르구나’란 느낌이 먼저 들었다. 아직 본격적인 검증이랄 것도, 나온 것도 없는데 포기해 버리는 모습을 보고 ‘헌신’에 대해 말했던 초심도 의심이 들었다. 그 정도 사람이라면 장관을 했다 해도 버티기 어려웠을 것 같다.(42·여·공무원)

○김 전 후보자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근무 경력은 예민한 사안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새 정부가 가장 야심 차게 추진하는 부서인데 그런 사람이 정보통신분야 국가기밀, 고급 정보를 다루는 부처의 수장으로 일한다면 좀 불안하지 않았을까.(50·여·변호사)
고위 공직자 검증 및 인사청문회
■ 현실론을 인정하자

○지금 인사 검증은 능력 검증은 거의 없고 성직자 수준의 도덕성 검증에만 매몰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정부의 장관들은 지난 MB정부 때보다는 도덕적 결함이 덜한 인물들인 것 같은데 너무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35·여·회사원)

○부동산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과거에는 땅이 비싸지 않았던 시절이라 사 놓고 값 오르면 파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그걸 도덕적 기준이 다른 지금 시대의 잣대로 투기했다고 몰아붙여 낙마시키면 안 될 것 같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능력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조금 덮고 지나가도 되지 않을까.(70·무직)

○능력도 있으면서 흠 없는 사람을 찾기가 쉬운가. 그저 국민 관점에서 좀 모범이 되는 사람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정도지…. 국민도 조금 이해하는 생각으로 나중에 이 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32·마케팅디렉터)

○후보를 검증하는 건지, 후보 부인을 검증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50대 이상인 남자들은 아내에게 집안 살림 모든 걸 맡겼다. 주소 이전이나 집 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의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지금 같은 ‘신상 털기’ 식의 인사 청문회를 보고 어떤 사람이 장관 해보겠다고 나서겠나.(59·자영업)

○인사 검증으로 쏟아져 나온 것들을 보면 너무 추측성인 것도 있어 보인다. 군대 문제도 정확한 사실이 나오지 않았는데 마치 불법으로 안 간 것처럼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28·회사원)

○여러 가지 안배가 되면 좋겠지만 학교, 지역, 성별, 출신 등을 어떻게 다 안배할 수 있을까. 그건 능력에 따른 인사가 아니다. 성균관대 출신 많이 쓰는 게 문제라면 서울대 출신이 몇십 년간 등용된 것은 문제 아닌가.(54·회사원)

○관료 출신을 많이 등용한 것에 대해 안정적 국정 운영이 되리라는 믿음이 간다. 더구나 과거 정권들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을 많이 등용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그런 것보다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았다는 느낌이 든다.(46·회사원)
■ 도덕성이야말로 최고의 잣대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하는데 왜 후보를 먼지 나는 사람만 세우나. 깨끗한 사람 좀 세우면 안 되나. 국민은 비리 있는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과거를 확실히 응징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지금도, 앞으로도 해 먹은 사람들이 또 해 먹을 거다.(50·컨설턴트)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 별로 나아 보이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성인군자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층이 그래도 일반 국민보다는 뭔가 나아 보여야 존경하고 따르지 않을까.(35·자영업)

○일부에서는 인사청문회가 너무 도덕성 검증에 치우쳐 있다고 하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 아무리 일을 잘해도 누가 믿고 따르겠나. 국민이 따르지 않는 지도자가 어떻게 일을 잘할 수 있을까.(21·여·대학생)

○인사청문회나 고위 공직자 검증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법치(法治)국가가 아니라 범치(犯治)국가인 것 같다. 화장 안 한 ‘생얼’ 보고 기겁하는 느낌이랄까. 병역 비리,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은 필수이고 옵션으로 논문 표절이 있다.(22·대학생)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 답답하다. 진지한 고민과 답이 보이지 않는다. 건성으로 대답하고 시간만 때우는 것 같다. 성의도 없고. 야당은 검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권에 치명타를 주려는 목적이 더 강한 것 같고 여당은 빨리 통과시키기 위한 옹호가 대부분이다. 검증위원, 후보 모두 이 모양이니 제대로 된 청문회가 나올 수 있나.(30·여·직장인)

○이번 인선을 보니 인재 풀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 지난 정부 때보다도 훨씬 스펙트럼이 좁아 보인다. 보수 중에서도 자기편만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아닐까. 안보를 강조하면서 군 출신 인사를 대거 등용한 부분도 걱정된다. 유연성이 생명인 현대사회의 특성상 군 출신의 경직된 사고가 잘 조화될 수 있을까.(55·여·교수)

○비리가 있다 해도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는 1, 2개 정도이다. 3개 이상 나오면 정말 신뢰가 가지 않는다. 병역 회피(자식 포함), 논문 표절, 전관예우 이런 게 다 겹치는 사람을 어떻게 믿고 따르겠나.(45·회사원)

정리=이진구 오피니언팀 차장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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