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SG, 소비자가 알고 선택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8일 03시 00분


채널A의 인기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제작팀은 지난해 여름 취재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식당들이 인공조미료를 많이 사용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냉면육수를 고기가 아니라 인공조미료 범벅으로 만드는 음식점이 많았다. 짜장면 짬뽕은 물론이고 감자탕 콩나물해장국 파전까지 인공조미료를 안 넣는 식당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천연 재료만 사용하는 ‘착한 식당’을 찾는 일은 어려웠다. 제작팀이 1차 검증을 하고 전문가 방문까지 4, 5차례 검증을 하다 보면 100곳 가운데 한 곳도 남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인공조미료의 주재료인 MSG의 정식 명칭은 L-글루탐산나트륨. 사탕수수 원당을 발효시킨 글루탐산이란 단백질에 나트륨을 결합한 물질이다. 제작팀은 새해 특집으로 방송한 ‘인공조미료 MSG’ 편에서 새로운 제안을 했다. ‘MSG 선택권을 손님에게 주자’는 캠페인이다. 주인이 내놓는 음식에는 MSG를 전혀 쓰지 않는 대신 식탁에 조미료 통을 놓고 손님들이 직접 넣도록 하는 방안이다. 100곳 가까운 식당에 제안해 겨우 한 곳에서 승낙을 얻었다. 전국 식당의 99%가 인공조미료를 사용하면서도 드러내길 꺼렸다. 손님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알고는 못 넣겠다”는 사람부터 “음식은 역시 조미료가 좀 들어가야 맛있지” 하는 사람까지…. 그만큼 인공조미료에 대한 찬반 논란은 뜨겁다.

MSG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식품첨가물에 대해 권위 있는 국제기구인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1987년 이후 줄곧 ‘(MSG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도 ‘글루탐산은 단백질의 일종’이라는 견해다. 고등어나 복숭아가 일부 특이체질의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해서 유해식품이 아니듯 MSG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조미료의 폐해를 몸으로 체험했다는 사람이 많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먹거리 X파일 제작팀의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 중 일부는 MSG를 먹고 소화불량과 두통에 시달렸다. 국제소비자연맹과 국내 환경운동연합은 지금도 인공조미료 추방 운동을 벌이고 있다. MSG는 음식 본연의 맛도 왜곡한다. MSG가 들어가면 신선한 재료와 오래된 재료를 구별할 수 없고, 달착지근한 MSG의 맛에 가려 재료 자체의 맛을 잃는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MSG 사용량이 많은 편인데 이를 숨기는 것도 문제다. 나라별 MSG 사용량(2010년 일본의 닛칸경제통신사)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니 1인당 1일 MSG 섭취량이 유럽은 0.2g, 북미 0.6g인데 한국은 1.9g이나 됐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인 식당 주인들에게 무조건 MSG를 넣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설렁탕 한 그릇에 5000원 받으면서 인공조미료를 넣지 말고 천연 재료로만 맛을 내라는 것은 무리다. 소비자들도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인정할 때가 됐다. 결국 MSG를 사용 못하게 할 일은 아니지만 소비자가 알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代案)이다.
#MSG#인공조미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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