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숙종]日 아베정권, 단명내각 전철 피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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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일본의 자민당이 16일 총선에서 기존 118석에서 무려 176석을 더 얻어 의원 총수(480석)의 과반을 훌쩍 넘는 294석으로 압승했다. 이로써 곧 열리는 특별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이끄는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내각이 3년 3개월 만에 복귀하게 된다. 2006년 9월부터 1년간 총리를 지냈던 그의 두 번째 내각이다.

반면, 2009년 8월 총선에서 장기집권 자민당을 밀어냈던 민주당은 146석을 잃고 57석만을 갖는 초라한 제1야당으로 전락했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자민·공명 연립정권은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재가결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막강한 파워를 가지게 되었다.

선심성 공약을 감당 못해 일부 공약을 철회하고 동일본 대지진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 처리 과정에서 정부 불신을 야기했으며 주변국과 불필요한 영토 분쟁으로 안보 불안을 초래하는 등 민주당이 민심 이반을 가져온 리스트는 길다.

여기에 뜬금없는 소비세 인상은 치명타였다. 게다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첫 민주당 정권이 내걸었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의 우향우로 산산조각이 났다. 이제 관심은 차기 내각의 국정 운영 방향에 쏠리게 되었다. 자민당의 공약과 총리가 될 아베의 성향은 뚜렷한 우향우인 반면에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의 억지력은 약해져 내년도 한일관계가 험난해 보인다.

자민당의 공약은 ‘도리가에스(되찾겠다)’ 시리즈였다. 경제, 교육, 외교, 생활안전을 되찾아 총체적으로 일본을 재생시킨다는 것이다. 경제 재생의 길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 내수를 창출하고, 외채 매입과 함께 돈을 찍어내 화폐 가치를 낮춰 성장과 수출 진작을 꾀한다는 것이다.

토목사업을 벌여 불황을 탈피하려 했던 방법은 1990년대에도 한동안 썼던 것인데 이를 양적 완화와 함께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성장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이미 부채가 많은 상황이어서 벌써부터 반대가 심하다.

외교 재생은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중국 한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며, 아세안·인도·호주와 안전보장 및 에너지 협력을 통해서’라는 게 통상적 공약이다. 새로운 점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국가안전보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자위권의 발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국방군’ 보유를 명기하게끔 헌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자민당은 일단 경제 재생에 주력할 것이므로 집권 초기 주변국과 외교 마찰을 가능한 한 피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 재생의 길이 쉽지 않을 것이므로 공세적 외교로 국내의 정치적 분열을 무마할 유혹에 빠지기 쉽다. 특히 제3당으로 부상한 극우 일본유신회는 자민당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

아베는 독도와 센카쿠 열도, 위안부, 신사 참배, 교과서 등의 영토와 역사 문제에 있어 상당히 우파적이다. 이런 그가 막상 총리가 되면 어떻게 행동할지는 두 견해로 갈린다. 첫째는 선거 때와는 달리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면서 주변국을 자극할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둘째는 내년 7월로 예정되어 있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우익적 공약을 실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이를 가늠할 한일관계의 시험대가 연이어 있다. 첫 번째는 2월 22일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을 그가 약속한 대로 정부 행사로 승격시켜 치를 것이냐는 점이다. 그렇게 한다면 사흘 뒤 들어서는 한국 정부와 관계 개선이 불가능해진다. 애국주의 교육을 위해 근린제국 조항을 수정해 우익교과서 검정을 쉽게 하면 이 또한 문제다. 인권 이슈인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있어 정말로 고노 담화를 무효화시키면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여론의 큰 비판을 받을 것이다.

이번 총선 투표율이 전후 최저인 59%에 불과했고, 자민당 지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따라서 아베 정권은 경제 재생에 힘쓰면서 되도록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만 수년간 고질적인 단명 내각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숙종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일본#아베#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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