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수]지자체 비리, 더는 참을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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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이번에는 전남 여수다. 우리가 기억하는 비리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이 끝이 없는데 이번에는 여수에서 터졌다. 3년간이나 회계를 담당해온 김모 씨가 급여와 소득세 납부 서류를 위조 조작하고 지자체 발행 상품권의 환급 액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76억 원을 빼돌렸다. 돈의 출납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출납을 조작했으니 도둑에게 곳간을 맡긴 꼴이었다. 비리 중에서도 원초적 비리에 해당한다. 김 씨가 담당하는 ‘세입, 세출외 부분’에 대해서만 수기(手記) 방식을 인정했던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시스템과 운영 바꿔야

공직자의 윤리의식을 지적하고 도덕심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도덕 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앞으로 공무원이 지금보다 윤리의식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시스템과 운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

우선 회계 업무는 반드시 상호 중복 체크가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지출 결정, 현금결제, 출납을 분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회계 담당자끼리 이중 체크가 되도록 해야 한다. 투명한 프로그램에 입력된 회계자료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 체제가 가동되어야 하고 입력 내용과 실제 집행 내용이 일치하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외국 지방정부나 민간은행 등에서 하고 있는 검사 체제를 가미하는 것도 필요하다. 외국 지방정부나 민간은행에는 ‘명령 휴가’라는 것이 있다. 회계 책임자에게 가끔 느닷없이 며칠씩 휴가를 명령하는 것이다. 본인은 원하지 않더라도 자리를 비워야 한다. 그러고는 그 업무를 다른 사람이 며칠간 한다. 이러면 웬만한 문제는 발각된다.

여기서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감사체계를 다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횡령사건이 터질 때마다 뒷북감사를 한다고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감사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감사기구와 인력의 독립성이 없으니 ‘제 식구 감싸기’로 겉돌 수밖에 없다. 2, 3년 단위로 자리를 옮기다 감사부서에 발령을 받고 또 다른 부서로 금방 가야 할 사람이 동료의 비리를 적극적으로 캐기는 쉽지 않다. 발각되더라도 쉬쉬하며 노출되지 않도록 애를 쓰는 게 보통이다.

지자체의 비리 소식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감사 담당 부서가 비리를 찾아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은 없다. 감사팀은 그걸 하라고 임명받은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감사인력은 다른 부서, 나아가서는 단체장으로부터 독립성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아예 감사인력을 다른 행정직에서 분리해 별도의 직렬을 만들고 순환보직을 별도로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공직의 내부비리를 가장 잘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은 내부자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내부 고발자들은 자기 인생을 망치는 것 외에 보상을 받지 못했다. 부패방지법에 의한 보상이 있다고 하지만 올해 들어 8월까지 27건에 대해 8억3000만 원이 보상됐다. 인생을 걸고 비리를 고발한 사람에게 1인당 3000만 원을 보상한 것이다.

정치권 의지와 대통령 리더십 중요

이들은 대부분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다른 혐의를 뒤집어쓴 채 투옥되는가 하면, 경제적 파탄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부고발을 했던 사람들은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었다’고 고백한다. 반면 2012년 9월 미국의 UBS은행 내부 고발자는 세무당국으로부터 우리 돈으로 무려 1170억 원을 보상받았다. 보상의 부패 예방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부패와 비리 때문에 지방자치의 가치가 의심받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자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위한 길이다. 부패와 부조리는 정치권의 의지, 그리고 대통령의 리더십만 있다면 얼마든지 예방하고 추방할 수 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지자체 비리#전남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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