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동포르노 범람 팽개쳐 놓았던 관계당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잠자던 일곱 살짜리 어린이를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은 평소 모텔이나 PC방에서 어린이가 나오는 일본 포르노를 즐겨 봤다. 고종석은 범행 직전까지 PC방에 있었다. 7월 경남 통영에서 열 살짜리 한아름 양을 납치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김점덕의 컴퓨터에선 아동포르노물이 다량 발견됐다. 2010년 대낮에 초등학교에 들어가 1학년 어린이를 성폭행한 김수철은 범행 전날 52편의 아동포르노를 봤다.

아동 대상 성범죄자 중 상당수는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소아성애증(Pedophilia) 환자다. 일종의 성도착증이다. 소아성애증 환자는 평소엔 보통사람처럼 멀쩡해 보여 더 위험하다. 조용하고 착실해 보이는 이웃이 어느 순간 자기방어 수단이 없는 어린이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소아성애증은 정신질환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재범(再犯)으로 이어지기 쉽다.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아동포르노는 범죄 성향을 지닌 소아성애증 병자에게 비뚤어진 욕구를 표출토록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사회규범 인식이 낮은 사람들이 아동포르노를 지속적으로 보면 학습효과에 의한 성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를 공산이 크다. 일반인도 아동포르노에 자주 노출되면 성관계 대상자의 연령대를 낮게 잡는 왜곡된 성적 욕구가 생겨날 수 있다.

미국은 아동포르노를 그냥 갖고만 있어도 통상 10년 이상 징역형으로 엄하게 처벌한다. 지난해엔 400여 건의 아동포르노를 소지한 범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오사마 빈라덴이 사망하면서 공석(空席)이 된 ‘10대 수배범’ 명단에 아동포르노 제작자를 올려놓았을 정도다. 한국은 아동음란물을 제작 또는 수출입한 자는 5년 이상의 징역, 배포하거나 전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 대상 성범죄의 직접적 동인(動因)이 될 수 있는 아동음란물 소지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고작이고 그나마 개인이 아동포르노를 갖고 있다가 처벌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다.

인터넷 파일공유(P2P) 사이트에선 아동포르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의 인터넷 감시기구 IWF는 한국을 세계 5위의 아동포르노 유통국으로 분류했다. 관계 당국은 범람하는 아동포르노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밀하게 전파되는 음란물 단속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누리꾼들의 자정(自淨) 노력과 신고정신이 절실하다.
#아동포르노#아동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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