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희옥]안개 걷히지 않는 차기 中지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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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곧 등장한다. 중국 공산당은 다음 달 중순경 제18차 당 대회와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총서기를 비롯한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중국은 당 국가(Party-State) 체제의 특성상 당 대회에서 국가의 주요 지도부 인사를 내정한 뒤 이듬해 3월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를 열어 추인한다.

한달 앞두고도 중국식 검증 계속

그럼에도 누가 중국 정치의 핵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것인지가 아직까지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차기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총리가 확실시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외에는 추측만 무성하다. 위정성(兪正聲) 상하이(上海) 시 서기, 장더장(張德江) 충칭(重慶) 시 서기, 왕양(汪洋) 광둥(廣東) 성 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최근 보시라이(薄熙來) 정치 스캔들의 여파와 권력의 견제와 균형 방법을 둘러싼 지도부 내 갈등과 마찰 등으로 여전히 안갯속이다.

간혹 외신을 통해 흘러나오는 명단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 다분히 해석을 가미한 것이다. 왜냐하면 다면평가를 비롯한 복잡한 중국식 검증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현재 9명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7명으로 줄인다는 상무위원 감축설 역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력 교체기의 모든 국가와 같이 정치적 이해를 조율하는 변수가 남아 있어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이처럼 중국 정치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어떤 정치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지, 누가 추천하고 어떻게 합의하는지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나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이후로 차기 최고지도부 일부가 미리 등장한 점, 최고지도부의 3선은 금지된 점과 현행 국가부주석이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승계하는 관행을 포함해 상무(常務)부총리의 총리 승진, 군에 대한 당의 통제 등이 유지되면서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새로 출범할 지도부는 제5세대로 불릴 것이다. 자수성가한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 출신과 혁명 원로의 자제 그룹인 태자당 출신의 정치 노선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이것은 편의적일 뿐 엄밀한 학술 개념은 아니다.

5세대의 핵심 세력은 건국 이후에 출생하여 개혁개방의 세례를 받으며 대학을 다녔고 상대적으로 국제 규범에 대한 수용도가 높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제적 합리성과 전문성을 키워온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카리스마적 지도력이 취약하긴 하지만 집단 지도체제의 특성을 살려가면서 합의를 존중하는 정치문화를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5세대는 4세대 지도부와의 단절 대신 ‘옛 부대에 새 술을 담는’ 방식을 취할 것이다. 만약 시진핑 체제가 뚜렷한 자기 색깔을 드러낸다면 그 시점은 5세대 지도부의 2기라고 할 수 있는 2017년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진국 함정’ 과제 풀어야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하는 2012∼2013년은 탈냉전과 미국의 위기 이후 세계사적 전환기이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식 세계화가 추구한 ‘평평한 세계(flat world)’ 대신에 중국식 가치를 강조하는 세계화와 지역협력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의료, 주택, 교육 문제와 같은 시급한 민생 현안을 정치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체제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00달러를 넘어서면서 밑으로부터 민주화 압력을 받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진입했다. 그 돌파구는 정치개혁, 경제민주화, 복지의 확대, 지역균형 등이 될 것이고 그 성패는 중국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 보이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
#중국 지도부#중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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