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 ‘준결승 후보’ 뽑는 제1야당 한심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본(本)경선에 나서는 주자로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박준영 후보 5명이 확정됐다. 이들은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9월 16일 서울에서 막을 내리는 전국 순회 경선에 들어간다. 1위 후보가 과반을 못 얻으면 9월 23일까지 1, 2위 후보의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통합진보당 후보 등 3자 간 후보단일화 과정이 10월에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쳐야 하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다. 민주당의 본경선이 대선 준결승 후보를 뽑는 데 그치는 ‘마이너리그’가 된 셈이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뭉쳐야 산다는 진영 논리만 가득하다.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율은 모두 합쳐도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안 원장의 지지율에 못 미친다. 안 원장이 빠지면 새누리당에 맞설 범야권 진영의 전열은 무너질 형국이다. 민주당은 안 원장이 범야권 진영에서 이탈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안 원장이 2003년 1조50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안 원장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최근 출간한 ‘안철수의 생각’에서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범죄가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이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안 원장이 재빨리 해명한 것을 보면 정치적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을 핵심적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민주당이 안 원장의 ‘말 따로 행동 따로’ 행적을 따끔하게 나무라지도 못한 채 감싸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안 원장을 18대 대선 입후보 예정자로 분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선관위는 “각종 언론보도 및 여론조사를 통해 안 원장이 대선주자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안 원장은 “출마 선언을 안 했다”며 언론의 검증 공세를 피해나간다. 민주당은 선관위가 인정하는 후보이면서 스스로는 후보가 아니라는 안 원장에게 애타게 매달리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의 집권 경험을 지닌 민주당의 초라한 현주소다.
#민주통합당#대선후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