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은 정치엔터테인먼트 ‘슈스케’ 아니다

  • 동아일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그제 SBS TV의 예능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프로듀서(CP)인 최영인 씨는 “안 원장 측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었는데 안 원장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안 원장은 이날 프로에서 “오늘(18일) 새벽 책(‘안철수의 생각’)을 탈고하고 지쳐서 저 역시 힐링(치유)이 필요해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국정 비전을 담은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이 시중 서점에 선보인 것은 19일이었고 이 프로의 녹화는 18일 진행됐다. 신문 방송 등 보도매체의 본격적인 인터뷰 요청을 줄곧 거부한 그는 대선 출마를 암시한 책을 펴낸 뒤 바로 예능프로에 출연을 자청해 책과 ‘철수’를 동시에 띄우는 홍보전략을 구사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뜻언뜻 비치는 유력 후보가 언론 인터뷰를 피하고 연예프로에 나가 상처받지 않고 대중적 인기를 올리기에 급급한 모습에서 실망감을 느낀다.

‘힐링캠프’ 제작진은 올해 1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예비후보를 출연시킨 데 이어 일주일 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후보를 내세웠다. 문 후보는 이 프로가 방송된 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반색했다. 다른 대선 주자들이 “나도 출연하게 해 달라”고 러브콜을 보냈으나 제작진은 거절했다. ‘힐링캠프’ 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여야 대선 주자 2명과 무소속 1명을 골랐으며 다른 정치인은 올해 출연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으나 공정해 보이지는 않는다. ‘힐링캠프’를 비롯한 예능프로에 출연한 대선 주자들은 제작진의 요청으로 노래 코미디 등 ‘개인기’를 선보인다. 대선 주자들의 인기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대선을 앞두고 ‘슈스케’(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방식의 후보 알리기는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을 흐려놓는 감성(感性) 정치다.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국가 앞에 닥친 난관과 위기를 수없이 헤쳐 나가야 한다. 연예인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는 순발력과 개인기 등 표피적 이미지로 후보를 고르는 풍토는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것이다. 대선 주자들은 정책과 지도자 자질을 통해 평가받아야 한다. 방송은 유권자의 선택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막중하다. 대선은 정치엔터테이너들의 경연장이 아니다.
#안철수#정치엔터테인먼트#힐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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