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 박지원 의식했나

  • 동아일보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어제 부결됐다. 271명이 표결에 참여해 반대 156표, 찬성 74표, 기권 31표, 무효 10표가 나왔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148표, 반대 93표로 가결됐다.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자던 여야의 국회개혁 약속은 공수표(空手票)가 돼버렸다.

검찰이 정 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지나치다는 의원들의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표결에 참여한 새누리당 의원은 137명이다. 정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표(156표)를 보면 새누리당 의원 절반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해도 민주통합당 일부에서 동조표가 나왔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여당은 무죄고, 야당은 유죄냐”고 주장하지만 정 의원처럼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검찰 소환이 임박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 일부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는 전략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떤 이유에서도 국회가 동료 국회의원을 감싸기 위해 법집행 절차에 제동을 건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국회의원의 정치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마련됐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정권의 권력 남용 소지가 크게 줄면서 법집행을 가로막는 ‘방패막이’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 여야는 19대 국회 출범 이후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불체포 특권 폐지 등 6대 쇄신안을 내놓았다. 민주당도 연금제도 폐지와 영리 목적의 겸직 금지 등을 제의했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로 여야의 특권 포기 경쟁이 구호만 요란한 겉치레였음이 드러났다. 표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지만 “이런 국회가 무슨 쇄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국민의 허탈감을 달래기에는 미흡하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구속되자 “지난 4년 반 동안 이 전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생각할 때 구속 수사는 당연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과 유사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박 원내대표는 ‘검찰의 공작’ ‘정치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검찰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대통령의 형에 대한 비리 수사는 정의의 실현이고, 민주당 의원 수사는 부당하다는 이중 잣대다. 박 원내대표가 억울하다면 검찰에 나가 당당히 소명하면 된다.
#정두언#체포동의안#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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