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성동규]포털, 사이비 인터넷언론 걸러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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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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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1990년 3월 2일 한 언론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김기춘 검찰총장은 한동안 감소하던 사이비 기자의 금품갈취 행위가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며 국민에게 각종 폐해를 끼치고 있다고 보고 전국 17개 지역합동수사본부에 전담검사를 지정해 무기한 집중 단속하도록 전국 검찰에 지시했다.(중략) 검찰은 지난해 2월부터 사이비 기자 집중 단속을 편 이래 전국에서 119명을 적발해 이 중 9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사이비 언론은 사라졌는가. 언론 보도를 보면 줄기는커녕 매체의 형태만 달라졌을 뿐 여전하다. 1990년대는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지방 언론사나 무가지 신문사들이 사이비 언론의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인터넷 언론사가 중심에 있다고 한다.

인터넷 이용이 확산돼 누구나 손쉽게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기사를 게재할 수 있게 되면서 인터넷 언론사 수가 급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인터넷 언론사는 3년 전과 비교해 약 2.5배 수준인 3578개에 이른다. 이처럼 인터넷 언론사가 난립하면서 일부 군소 매체는 특정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가지고 해당 기업에 광고나 협찬을 요구하는 사이비 언론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기업의 부도덕하고 위법적인 행위를 고발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이자 책임이지만 그 의무나 책임이 의도적으로 악용될 경우 문제는 달라진다. 일부 사이비 인터넷 언론은 비슷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거나 여러 언론사가 협력해 동시에 관련 기사를 노출하는 방법 등으로 기업이나 기업인에게 금품이나 광고 협찬을 요구한다. 특히 품질 관련 루머로 이미지나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식품업체와 같은 소비재 업체의 피해 규모는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영향력이 거의 없는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횡포를 키우는 것이 바로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라는 점이다. 포털과 제휴하기만 하면 기사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범위와 영향력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사이비 인터넷 매체는 포털과의 제휴를 내세워 기업에 더 높은 협찬금을 강요한다. 제휴 언론사를 선택하고 콘텐츠 유통 여부를 결정하는 포털이 인터넷 사이비 언론에 기업을 협박할 권력을 쥐여준 셈이다.

포털과의 제휴를 내세운 사이비 언론의 횡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인 만큼 이들 인터넷 언론과 포털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왜곡된 여론으로 인해 대중이 겪는 피해나 기업이 직간접으로 받는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정부 차원의 일방적인 규제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제도나 법률을 조금만 보완해도 국민과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선 인터넷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터넷 뉴스 서비스사업자의 사후 규제 기준을 강화하는 등 최소한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사이비 기사를 남발하는 인터넷 언론이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털들의 자세다. 사이비 언론사와의 무분별한 제휴를 자제하고 포털 메인기사 선택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등 포털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 점유율이 90%를 넘은 지 오래다. 두 포털을 통하지 않고는 소비자들에게 뉴스가 노출되기 희박한 상황인 만큼 포털들은 이런 사회적 영향력이 악용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인터넷 시장에서의 경쟁 상황을 평가해 유료 방송이나 이동통신사처럼 시장지배적 사업자 선정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선정적이고 부정확한 자극적 기사로 조회수를 높여 시장 지배력만 높이는 포털을 제어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
#시론#성동규#포털#.포털 뉴스서비스#사이비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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