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민의 벗’이라는 의원들의 호화판 의원회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3일 03시 00분


19대 국회의원들이 사용하게 될 제2 의원회관이 오늘 준공된다. 지하 5층, 지상 10층(총면적 10만6732m²) 규모로 땅값을 제외하고 공사비만 2213억 원이 들었다. 서울 강북 한 곳의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과 맞먹는 규모의 공사비다. 지하 2층, 지상 8층(총면적 5만7198m²) 규모의 기존 의원회관은 내년 말 완공 예정으로 곧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제2 의원회관의 총면적은 직원 1만452명이 사용하는 서울시 신청사(총면적 7만1811m²)의 1.5배나 된다. 제2 의원회관은 국회의원 300명과 의원 1인당 9명까지인 보좌진이 전원 상주한다고 가정해도 3000명 정도가 사용할 뿐이다. 더구나 의원과 보좌진은 제2 의원회관과 기존 의원회관을 나눠 쓰기로 돼 있다. 이만저만 낭비가 아니다. 새 회관의 의원 1인당 사무실 면적(약 148∼165m²)은 장관 집무실 수준으로, 기존 의원회관 사무실(85m²)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의원실의 소파와 책상 의자 TV도 새것으로 다 교체된다. 국회의원들이 즐겨 다짐하는 ‘서민의 벗’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의원에게 일정 금액의 의정활동비를 지급할 뿐, 사무실과 보좌진을 두는 것은 개별 의원이 알아서 한다. 돈을 아끼려고 사무실과 보좌진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의원도 많다. 우리는 의원에게 세비(歲費)와 의정활동비 지급은 기본이고 보좌진을 9명까지 둘 수 있도록 국고에서 지원하고, 고급 차량과 사무실까지 제공한다. 의원들은 배지를 다는 순간 200여 가지 각종 특혜를 누린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혜택을 많이 받으면서 선진국 국회의원들보다 나라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할 것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국회는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갖고 있어 사실상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다. 국회 사무처는 제2 의원회관의 설계를 멋대로 변경해 지하 주차장을 2개 층에서 5개 층으로 늘렸다. 의원 1인당 4대꼴의 주차 공간이다. 이 바람에 예산도 148억 원이 더 들었다. 국회 사무처는 500억 원을 들여 강원 고성군에 국회의원과 사무처 직원 및 가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2 의정연수원도 건립할 계획이다. 세금을 내는 민생은 힘든데 정치는 자꾸 비대해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양극화다.
#국회의원#의정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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