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주의 DNA’ 없는 통진당 당권파, 北 닮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통합진보당은 5일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어 당 지도부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하는 후속 조치를 의결했다. 그러나 당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당권파는 수용을 거부하고, 심지어 부정경선 조사 결과까지도 부정한다. 비당권파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보들이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당권파인 2번 이석기, 3번 김재연 당선자는 모르쇠와 버티기로 배짱 대응하고 있다. 당권파의 대표인 이정희 공동대표도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했다.

정상적인 정당에서 이 정도의 사태가 발생했다면 지도부 총사퇴는 물론이고 부정경선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모든 당사자의 사퇴와 출당(黜黨)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통진당 당권파는 반성하는 기색도, 책임지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부정경선 진상조사단이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는 식으로 몰아붙인다. 책임 문제를 논의하는 전국운영위원회 회의도 방해했다. 당권파에 속하는 한 운영위원은 “진보정당을 하려면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당원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오죽했으면 통진당의 조직 기반을 이루고 있는 민주노총에서조차 “우리가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었다”는 개탄이 나오겠는가.

당권파는 과거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한 운동권의 NL(민족해방)계가 주축이다. ‘민족민주정당을 통한 연방조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NL계는 2004년 PD(민중민주)계가 중추를 이루던 민주노동당을 장악했다. 그 과정에서 온갖 부정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했다. 2006년 NL계 당직자들이 연루된 일심회 간첩단 사건이 터졌을 때 그들은 사건 관련자를 제명하라는 PD계의 요구를 거부해 분당(分黨) 사태를 초래했다. NL계는 지도부에 다수 포진해 있고, 4·11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 13명 가운데 6명을 배출했다. 당권파가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김재연 당선자를 ‘제2의 이정희’로 키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통진당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와 도덕성, 정의를 외치지만 그것은 바깥 사람들 들으라는 구호일 뿐이다. NL계 당권파는 자신들끼리 똘똘 뭉치는 폐쇄성이 강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문화가 팽배하다. 민주적 절차를 외면하는 행태는 북한을 빼닮았다. 헌법과 법률에 기초한 공당(公黨)이 아니라 ‘지하당’ 같다. 당권파가 부정경선에 대한 자체 조사를 인정하지 않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검찰이 나설 수밖에 없다.
#통합진보당#지도부 사퇴#N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