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재철]中어선 불법조업 뿌리뽑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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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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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서로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경우는 그럴 가능성이 더욱 크다. 상대 국가의 협력을 동원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지와 전략이 필요한데,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가 그렇다.

보도에 따르면 4월 30일 흑산도 부근의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중국 선적의 어획물 운반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서해어업관리단 단속반원 4명이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이청호 경사가 EEZ를 침범한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지 4개월여 만에 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 또 대체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지 답답하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동안의 노력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12월의 비극적 사건 이후 한중 양국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전개해왔다.

중국이 1월 불법조업에 대한 감독 및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취지의 공한을 보낸 바 있고, 4월에는 양국이 무허가 어선, 영해 침범, 폭력 행위 등 3대 중대 위반 어선에 대한 단속 및 처벌 강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다시 드러났다. 해결의 열쇠를 쥔 중국이 이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에는 중국의 능력과 의지 모두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중국의 행정체계에 존재하는 복잡성이 어장의 황폐화로 인해 불법조업에 기댈 수밖에 없는 어민들에 대한 단속을 어렵게 한다. 어민들을 관리할 어정국의 지방기구는 농업부 소속이지만 동시에 지방정부의 지휘도 받는다. 지방정부가 어민들의 생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단속의 강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빠르고 적극적인 협력을 동원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은 우리에게 긴 안목에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중국에 우리의 요구를 분명하게 밝히고, 또 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끝까지 관철하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그러나 20년을 맞은 한중 관계의 역사는 우리가 종종 중국에 대해 의지를 관철하기보다 갈등을 덮고 지나가려는 경향을 보여준다.

불법조업 문제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발견된다. 12월 이청호 경사 사건이 발생한 후 조야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적극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이 충분히 인지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치열한 협상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에도 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경사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우리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느끼는 심각성을 중국에 주지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 하기 어려운 시점에 방문이 이뤄진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방중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조율의 시간이 필요했음을 고려할 때 중국과의 이견이 서둘러 봉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대통령의 방중이 중국 국가주석의 재발 방지 약속을 이끌어냄으로써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다는 반론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이를 한국 경찰과 중국 어민 간의 ‘충돌’로 간주하는 중국의 대응 태도는 갈등의 성급한 봉합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도가 아님을 보여준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시론#김재철#중국어선 불법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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