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인평]이런 사람이 한예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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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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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평 중앙대 명예교수
전인평 중앙대 명예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이호교 교수의 비리는 음대 입시 비리 중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담하게 지속적으로 장기간 부정을 저질렀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2004년 징계를 받고서도 비리가 계속되었다고 하니 경악스러운 일이다. 제자에게 가짜 싸구려 악기를 1억8000만 원에 강매하고 접착제로 붙인 활을 2500만 원에 사게 하고 학부모에게 2억6000만 원을 받아냈다고 하니 오간 돈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어서 놀랍다. 이번 일은 시장 장사꾼의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희대의 사건이라고 하겠다. 이 사건에 관한 보도를 접하고 ‘그토록 공정사회를 외쳐왔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구나’ 하는 전국 학부모의 좌절감이 얼마나 클지 가늠이 안 될 지경이다.

‘콘트라베이스 비리’ 상상초월

콘트라베이스 같은 특수 악기의 경우 입학시험 전에 몇 사람이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어느 학교에 어떤 학생 몇 명이 응시하리라는 것이 미리 파악이 된다. 그래서 상호 심한 경쟁이 되지 않도록 조정을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과 채점 교수 사이에 칸막이를 한다고 하지만 소리를 들으면 누구의 연주인지, 어느 선생 제자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번처럼 채점 교수들이 상호 참고를 하였다면 아무리 칸막이를 해도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다.

음악원에서는 콘트라베이스 전공 교수가 준 점수를 참고해 바이올린 첼로 심사원이 콘트라베이스 입시생의 점수를 주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바이올린 심사원이 주는 바이올린 입시생 점수를 콘트라베이스 교수도 참고로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상호 공생관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다.

몇 음대는 몇 대학이 연합하여 심사위원 풀을 구성하고 입시일 전날 밤에 어느 학교 입시 채점을 배정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 이 방법은 채점 교수와 입시 학생의 관계를 차단하는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 한예종 음악원은 “우리가 가르칠 학생은 우리가 뽑는다”라는 명분으로 외부 심사위원을 배제하고 자체 교수만으로 심사한 모양이다. 이러한 제도는 심사위원끼리 잘 아는 사이라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생각으로 부정을 모의할 유혹에 빠지기 쉽다.

1970년대 이전 음대 입시를 보면 교수가 학생을 지도하고 출제를 하고 채점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는 제도가 너무 허술하여 부정을 하려면 땅 짚고 헤엄치기였던 셈이다. 그런데도 입학하고 보면 공주에서 또는 청주에서 온 시골학생도 입학을 하였다. 그러면 친구들이 “야, 너 어떻게 들어왔냐” 그러면 “나도 모르겠어. 사무착오로 들어온 모양이야”라며 서로 농담도 주고받곤 하였다. 어느 교수가 사석에서 “음악대학 하면 비리의 온상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 애도 떨어졌어요”라고 하는 말도 들었다. 말하자면 당시에는 제도는 허술하였지만 채점 교수들이 양심을 지켰던 것이다.

한예종 자체 입시관리 반납해야

한예종 음악원은 이제 자정 능력을 의심받게 되었다. 이러한 비리가 2004년 징계 이후에 재발했다는 점, 이런 비리가 수년간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는 점, 동료 교수의 부정을 묵인했다는 점 등을 보면 음악원은 할 말이 없게 된 셈이다. 한예종은 이러한 입시 부정에 관해 단호한 조치를 해야 한다. 부정을 저지른 교수는 파면하여 다시는 교단에 서지 못하게 해야 할 것이고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한 학생은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

이번에 한예종 음악원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단의 조치로 당분간 입시 자체 관리를 반납하고 공동 평가도 도입할 만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국 제도의 문제가 아니고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인간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전인평 중앙대 명예교수
#한에종#이호교#음대 입시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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