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진수 씨, 盧 정부 때 했던 사찰도 告解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7일 03시 00분


이명박 정부의 불법 사찰 및 증거 인멸 의혹을 폭로해온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노무현 정부 때도 공직자 감찰을 담당하는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서 근무했다.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최근 입수한 문건에는 당시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이 공무원과 경찰관의 비위를 뒷조사하기 위해 사생활까지 적나라하게 사찰했음이 드러나 있다. 이 가운데 한 문건은 당시 행정주사보였던 장 전 주무관이 직접 작성했다. 사찰의 내용과 방법을 보면 이명박 정부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했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공무원과 공기업 임원에 대한 감찰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적법한 업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사생활 부분을 조사했다는 것만으로 감찰과 사찰을 구분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 때 조사심의관실이 했던 공무원 사생활 감찰에 대해서도 같이 비판해야 한다.

주간동아 4월 17일자는 무역업을 하는 최영섭 리알코홀딩스 회장이 2005∼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고위 인사의 비리 의혹을 경찰에 제보했다가 조사심의관실의 사찰과 경찰 수사를 받아 구속됐던 사실을 보도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논란을 촉발한 김종익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과 매우 흡사하다. 이 밖에도 노무현 정부 때 조사심의관실 등에서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사례는 드러난 것만 해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있었던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 의혹은 민주당과 KBS 새노조, 좌파 인터넷 매체들이 집중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장 전 주무관이 있다. 마치 서로가 한 덩어리가 돼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장 전 주무관의 변호를 맡은 사람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30번을 받은 이재화 변호사다.

장 전 주무관은 최종석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 등 불법 사찰에 관련된 인사들과 나눈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을 폭로에 이용하고 있다. 그가 정의감에서 폭로에 나섰다면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2월부터 1년 동안 자신이 조사심의관실에서 근무할 때 이뤄진 불법 사찰 행위도 공개해야 옳다. 그러지 않으면 폭로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것이다. 장 전 주무관이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이 정부 관련 내용만 폭로에 나선 것이나, 거의 매일 한 건씩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석연치 않다. 일각에서 장 전 주무관이 야당과 결탁해 ‘선거용 기획 폭로’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설#청와대민간인불법사찰#장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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