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승철]‘국립대 선진화’, 소모적 논쟁 끝내고 실천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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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철 성균관대 교수 국립대학발전추진위원
박승철 성균관대 교수 국립대학발전추진위원
한국의 대학들은 변화와 혁신 속에서 발전과 존립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이 지정된 이후 사립대들은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구조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사립대의 자발적인 경쟁력 제고, 교육의 변화와 제도의 혁신은 상당한 추진력을 가져 구조개혁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한편 국립대들은 ‘국립대 선진화방안’을 마련해 발전과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이 방안은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국교련)의 요청에 의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자문기구로 발족한 ‘국립대학발전추진위원회(국발추)’가 수차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마련했다. 총장선출제 개선, 성과목표제 도입, 학사 운영 선진화 등 국립대 발전을 위한 과제들이 미래지향적 해법으로 담겨 있다. 선진화 방안에서 제시한 내용들이 시행되면 국립대들의 경쟁력은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하지 못할 사태가 전개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선진화 방안 가운데 이미 지난해부터 도입한 성과연봉제와 총장 직선제 폐지에 대해 국교련 집행부가 불만을 갖고 일부 교수를 대상으로 교과부 장관 불신임투표 운운하는 데 대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투표 사무에 조교들을 동원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도 썼다고 한다. 국발추는 공동위원장 등 핵심인사들이 국교련의 집행부 인사로 구성됐고, 다수 위원이 국립대 관계자이며, 상당수 교육전문가가 참여한 조직이다. 여기서 국립대 발전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치열한 논의와 심도 있는 숙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 국립대 선진화방안이다.

이미 38개 국립대 중 25개교가 내부 합의 과정을 거쳐 총장 직선제 폐지를 결정했다. 대학의 총장 선출은 현행 교육공무원법상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으나 직선제의 폐해가 너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대다수 대학들이 폐지 결정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 두 번째 쟁점인 성과연봉제 또한 모든 공무원이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게 됨에 따라 교육공무원도 피할 수 없는 제도로 법령에 규정된 사항이다. 오히려 국발추와 교과부의 노력으로 대학의 특성을 감안해 일반 공무원보다는 상당히 완화된 수준으로 시행하도록 했고, 획일적 기준이 아닌 학문 특성을 감안해 평가 단위와 대상 기관 등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대학 사회는 다양한 사고로 여러 방법을 논의하고 발전을 위한 치열한 논쟁이 허용되는 조직이다.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했다고 해도 대학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론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논의 과정이 치열했고 다양한 견해가 용해돼 민주적으로 얻어진 결론에 대한 책무성은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더욱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의 구성원들은 국민의 바람과 소망이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제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끝내고 실천할 시기다. 세계적인 대학으로서 국립대의 발전을 위해 더욱 교육에 매진하고 연구에 정진하는 것이 직업으로서 학문을 택한 교수들의 숭고한 사명이 아닐까 한다.

박승철 성균관대 교수 국립대학발전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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