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재현]화학산업은 제조업의 기반, 첨단산업으로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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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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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최근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발 경제위기로 세계경제가 험로를 걷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주식시장도 널뛰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들의 공통점은 제조업 기반이 아주 약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불과 50년 전만 해도 6·25전쟁을 거친 가난한 농업국가에 불과했다.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우리도 잘살아 보자’는 구호 아래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됐다. 이후에도 산학연과 정부가 힘을 모아 경제발전에 힘쓴 결과 2011년 연간 무역규모가 1조 달러,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지난 50년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동유럽 개발도상국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세계 경제의 리더 역할을 하는 선진국은 제조업이 탄탄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짧은 산업화시기를 거친 것이 아니라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제조업이 있다. 그 속에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화학기술이 숨어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초기에 중화학공업을 우선 육성한 이유도 화학산업이 모든 첨단산업에 원료를 제공하면서 성장동력을 만들어주는 산업의 쌀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듯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70%가 화학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제품이라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최근 전 세계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3차원(3D)TV의 기반도 첨단 디스플레이 소재 등 화학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급증하고 있는 치매나 우울증을 치료할 신약 개발에도 화학기술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관광산업이 유명한 스위스도 알고 보면 제약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결국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이 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화학산업이 세계적 수준이 되어야 한다. 산업화 50년을 거쳐 현재 우리나라의 화학산업은 생산규모에서 세계 7위, 수출액 기준으로 우리나라 2위의 핵심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50∼100년 후는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화학산업 전체로는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밀화학 분야에서의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화학분야에서 핵심 원천기술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단순한 생산규모 확대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화학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산학연과 정부가 힘을 모아 험난한 미래 경쟁을 헤쳐 나가야 한다.

22일 대한민국 산업화가 시작된 울산에서 화학연구원 신화학실용화센터를 준공한다. 이를 통해 화학산업을 첨단산업으로 개편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여 독일과 일본의 강소형 화학기업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세계 5대 녹색화학 강국 대한민국에서 만든 첨단제품이 글로벌시장 곳곳을 누비는 2020년을 상상해 본다.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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