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높은 엥겔계수, 빈곤층 중심 복지가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지난해 전체 가구의 엥겔계수가 2005년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의 엥겔계수 역시 6년 만에 최고치다. 엥겔계수는 소비지출 중에 비주류(非酒類) 음료를 포함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소득이 적을수록 높아진다. 엥겔계수가 높아졌다는 것은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뜻이다. 소득이 줄어도 식비 지출은 줄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소득 1분위 계층의 지출 가운데 의식주(衣食住) 필수항목 지출 비중도 최근 9년 중 가장 높았다. 그만큼 다른 부분에 소비할 여유가 줄었다는 얘기다.

엥겔계수가 높아진 것은 생활물가의 급등 탓이 크다. 작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0%였는데 이 가운데 식료품 물가는 8.1%나 올랐다. 주택 수도 전기 연료의 가격도 평균 4.5% 상승했다. 저소득층의 빈곤화에는 경제의 세계화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서민 생활의 주름살을 조금이라도 펴주자면 첫째, 생활물가가 안정돼야 한다. 정부는 물가를 수요 및 공급 관리를 통해 안정시키기보다 행정지도 등 누르기 식으로 잡으려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시장원리에 맞는 방식으로 물가를 관리하되 성장과 수출이 위축되지 않도록 미세조정을 잘해야 한다.

둘째,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및 복지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지만 약자에 대한 배려 없는 성장 역시 공동체의 통합과 안정을 해칠 우려가 높다. 우리는 국방비가 전체 재정의 9%를 차지해 복지 지출 확대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럴수록 한정된 재원이라도 복지 전달체계 개선 등 복지 효율을 최대한 높이는 쪽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집행을 합리화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같은 복지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기초생활보장,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처럼 도움이 절실한 약자부터 혜택을 받도록 하는 일이 긴요하다. 스웨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복지강국도 ‘보편적 복지의 축소, 선별적 복지의 강화’를 통한 효율 높이기에 치중하는 추세다.

셋째, 가장 좋은 복지는 역시 일자리다. ‘생산적 복지’가 바로 이것이다. 저소득층에게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충분히 줘서 자립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복지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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