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형삼]‘해적(海賊)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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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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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군의 넬슨 제독은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프랑스-스페인 연합함대를 대파하고 전사했다. 해군은 시신의 부패를 막기 위해 넬슨의 관에 럼주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 영국에 도착해 관을 열어 보니 술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넬슨을 흠모한 병사들이 그의 영령과 하나가 되려고 관에 구멍을 뚫고 술을 빼 마셨다. 영국 해군이 럼주를 ‘넬슨의 피(Nelson’s Blood)’라고 부르는 이유다. 해군의 생명은 명예와 전우애다. 영국의 왕족과 귀족이 주로 해군 장교로 복무하는 것도 그런 전통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군대는 공동선을 위한 희생의 마지막 보고(寶庫)다. 우리는 모두가 공유해야 할 시민이상주의와 애국심의 결연한 표현을 군대에 맡겨 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미군을 가리켜 “지금까지 다수가 소수에게 이렇게 많은 것을 부탁한 적도 없고, 소수가 다수에게 이토록 많은 것을 베풀고 그 대가를 이렇게 적게 요구한 적도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지윤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28)가 ‘제주 해적기지 건설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라고 쓴 아이패드 화면을 들고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양식이 있는 트위터리안들은 격분했다. “거북선은 해적선이고 이순신 장군은 해적 두목이냐”는 반응도 있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해군이 해적이면 육군은 산적이냐”고 되물었다. 아니면 천안함은 해적질을 하다 공격당했단 말인가. 오는 26일은 천안함 46용사 2주기다. 아무리 철없는 20대라 해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아무리 경박한 공간이라 해도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는 없는 말이다.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김 씨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한승수 국무총리와 대학생 시국토론회’에서 “고대생인 것이 오늘처럼 창피한 적이 없다”며 정부를 비판해 ‘고대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방비 삭감, 징병제 폐지 같은 공약을 들고나온 그가 진보당 청년비례대표로 선출되면 이번 총선에서 최종 비례대표 순번 10번 안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누구 덕에 발 뻗고 단잠을 이룰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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