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영근]양형 강화된 선거범죄 신속 재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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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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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선거범죄에 대해 당선 무효형 이상을 선고하도록 양형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환영할 만한 일이고, 강화된 양형기준으로 혼탁한 선거풍토가 바로잡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현행 법률상 선거범죄를 제재하는 형벌이 그리 약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제1항),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해서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제2항). 당선인이 선거범죄로 징역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거나(제264조),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 등이 선거범죄로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때는 당선을 무효로 하는(제265조) 등 처벌의 범위가 넓고 그 수위도 높게 규정돼 있다.

그러나 선거범죄에 대한 선고형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선거범죄에 형벌을 선고하는 법관 중 상당수는 다른 후보자 측도 똑같이 아니면 그 이상의 선거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선거범죄로 기소된 사람들에게만 엄격한 형벌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하고 또한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생각을 지닌 법관들은 당선 무효까지는 이르지 않도록 하는 형벌을 선고하게 되는데, 이 경우 선고형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근대 형법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체사레 베카리아는 엄격한 형벌이 아니라 확실하고, 공정하고, 신속한 처벌이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인다고 했다. 법률 규정의 엄격성보다는 집행의 엄격성이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는 ‘입법자는 관대하고 집행자는 엄격하게’라는 원칙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는 베카리아가 강조한 것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법률에는 선거범죄에 대해 엄격한 형벌이 규정돼 있지만, 형벌 집행은 전혀 엄격하지 않았다. 형벌 집행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양형이 지나치게 관대했기 때문이다. 사냥감을 앞에 놓고 물지는 못하면서 꼬리를 뒷다리 사이에 집어넣고 크게 짓기만 하는 사냥개의 모양과도 같다. 이런 한심한 사냥개를 무서워할 짐승은 없다.

선거범죄에 대해 양형을 하는 법관은 너무 좁은 시각을 지녀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시각을 넓혀도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선거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의 적정한 처벌만을 생각하면 족하지, 기소되지 않은 후보자들이 범한 선거범죄, 이들과 기소된 사람과의 처벌의 형평성 등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이러한 문제는 국회나 행정부에서 적절하게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으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선거범죄에 대해 강화될 양형기준은 개별 법관들의 온정주의와 연고주의에 따른 관대한 양형을 시정하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판단된다. 양형기준에 법률적 기속력은 없지만 그 사실상 기속력까지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양형기준의 강화와 함께 선거범죄에 대한 신속한 재판도 강조되어야 한다. 공직자들에 대한 재판이 지연돼 유죄 판결이 확정됐을 때에는 이미 공직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사법은 신선할수록 그 향기가 높다’는 격언이 있다. 아무리 엄격하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게 선고된 형벌은 사법으로서의 향기를 지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거범죄에 대한 양형 강화 방안과 함께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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