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박진기]‘시험관 고기’의 과학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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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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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
박진기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
‘시험관 고기.’ 가축을 기르지 않고도 시험관을 통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고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명명하기에 따라서는 인공고기 또는 인조고기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가축의 근육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길이 3cm 정도로 키우는 데 성공했으며,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 시식회를 열 계획이라는 소식이 보도됐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연구진은 왜 인공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를 한 것일까. 2000년대 들어 인류는 가축 사육으로 발생하는 식량 부족, 탄소 배출 및 동물 복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시험관 고기에 대한 연구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 중 하나로 보인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에 따르면 가축을 방목하고 사료를 만드는 데 지구 농업용지의 70%가 쓰이며, 지구 전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18%가 축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퍼드대는 최근 인공고기를 생산할 경우 온실가스가 80∼95%, 사육면적의 98%, 에너지의 35∼60%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시험관 고기를 생산하면 전 세계의 가축 사육 마릿수가 획기적으로 줄어 이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것이다. 이런 보고를 보면 축산이 인류의 적이요 환경공해의 주범이며 인공고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인 것처럼 보인다.

근육세포를 배양하는 실험은 1900년대 초반 시작됐다. 1912년 알렉시 카렐은 시험관 접시에서 닭의 심장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대 초반 들어 연구자들은 동물 근육세포의 배양기술을 의료용 기술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손상된 근육조직 및 장기 치료,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 등의 연구를 했으며 최근 인공고기 생산에까지 이르게 됐다.

그러나 인공고기를 본격 생산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 먼저 동물 유래의 초기 조직세포의 기능을 잊지 않고 세포가 증식할 수 있는지, 또한 골격근세포로의 발달을 지속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다. 단층으로 자라는 세포를 자연 상태의 고기 모양 조직형태로 만들려면 배양방법의 개선이 필수다. 현재 인공고기 조직의 두께 100∼200μm를 그 이상으로 키우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인공고기를 가축으로부터 생산하는 고기와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맛, 색깔, 고기 특유의 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지방과 근육조직을 함께 배양해야 한다. 근육과 지방을 별도로 배양해서 최종적으로 고기 형태를 만들기 위해 시험관 밖에서 섞어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자연상태 고기와의 미묘한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인공고기를 사람이 먹는 음식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영양성분뿐 아니라 육류에서 반드시 공급받아야 하는 필수아미노산과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을 맞출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공고기를 시험관에서 자라게 하려면 혈청, 성장호르몬 및 여러 가지 화학 약품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배양액은 세균과 박테리아도 더불어 잘 자라는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비용 면에서도 아직까지는 경쟁력이 없어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만5000원 수준인데 인공고기 생산의 경우 100g을 만드는 데 수천만 원은 족히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인공고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고민도 깊을 뿐 아니라 인공고기가 실제 동물을 대신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생산되는 고기를 사람이 먹는다는 아이디어는 결코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박진기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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