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준영]시진핑 訪美와 한반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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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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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국정치경제학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국정치경제학
중국의 차세대 권력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겸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13∼17일 미국을 방문한다. 형식적으로는 작년 8월 조지프 바이든 미 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한 답방이지만, 시 부주석의 방미는 미래 중국지도자로서 국제 외교무대에 공식 데뷔하는 것으로 미국과의 신뢰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미 갈등땐 한반도문제 복잡해져

10년 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부주석도 최고지도자 등극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와 이번 시 부주석의 방미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10월 제18차 중국공산당대표대회에서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돼 중국의 미래 10년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로 내정돼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중국의 위상이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 즉 세계의 양대 주요 국가로 성장했고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이익과 충돌하고 있다. 군사안보 차원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시리아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국제문제에 대한 다른 시각을 노출하기도 했다.

중-미 양국은 기본적으로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밝혔듯 신뢰가 상호 관계 발전에 필요한 수준보다 현저히 뒤떨어져 있는 신뢰 적자 상태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대국의 경제발전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결국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더 높은 국제지위를 추구한다는 시각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가치와 맞지 않는 중국식 발전모델에도 회의를 갖고 있다. 물론 중국은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미국의 인식을 봉쇄정책으로 일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국가가 중국식 발전모델과 국가 능력의 부상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는 미래 시진핑 체제에 부담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시 부주석이 이번 방미를 통해 근본적으로 양국의 인식 차이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일련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이번 방문 중 진행될 17차례의 공식 활동 중 8차례가 경제무역관계 활성화에 집중돼 있는 것만 봐도 정치외교적으로 구체적인 성과 도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양국의 입장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게다가 일단 시 부주석이 아직 중국의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것이 아니므로 무거운 의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구조적 틀을 건드리지 않는 양자 경제관계 논의나 포괄적 국제관계 인식에 대한 공감대 확보 차원에서 의견이 교환될 것이다.

다만 시 부주석은 미래 양국 관계의 방향성 제시와 관련해 화합과 협력 무드 조성이라는 차원에서 능력을 보이고 싶어 할 것이다. 따라서 부상한 중국이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는 ‘이미지 정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중-미 관계 발전 틀을 확보하는 상견례의 성공은 치열한 내부 조정을 거치고 있는 중국 권력의 핵심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인적 구성에서 영향력의 배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위안화 절상이나 공정무역을 위한 조치 그리고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또한 유럽재정 위기 지원이나 핵 문제 등 국제문제에 대한 ‘국제적 책임’을 강조할 것이다.

양국 전략운용에 대한 분석 중요

중-미 양국의 관계는 한반도에도 매우 중요하다. 중-미 관계의 갈등이 심화되면 한반도 문제가 복잡해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비례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중-미 양국의 갈등 구조와 전략 운용에 대한 분석과 이해는 그래서 늘 중요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국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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