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에는 가슴에 오성홍기와 일장기가 그려진 이름표를 달고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있다. 중국어와 일본어 회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두 나라 관광객이 그만큼 많이 드나든다. 이번 설 연휴에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4만5000명의 중국인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10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엔 222만 명이 한국을 다녀가 부동의 1위인 일본인 관광객(302만 명) 수에 다가서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도 지난해 대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가 뚜렷하다.
소득 증가와 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연 5000만 명의 중국인이 해외 관광길에 오른다. 2020년에는 1억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단체관광객인 데다 씀씀이가 커 관광업계로선 반가운 손님이다. 지난해 9월엔 중국 기업 바오젠의 우수 판매상으로 구성된 사상 최대(1만1200명)의 단체관광객이 서울과 제주도를 둘러봤다. 중국인 관광객 한 사람이 한국에서 쓰고 가는 돈은 평균 2200달러로 일본인 관광객보다 500달러나 많다. 이번 설 연휴에 한국을 다녀간 중국인들은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명품 쇼핑을 즐기고 대형마트에서 고무장갑과 한방 생리대까지 듬뿍 사갔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특수(特需)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건 근시안이다. 한 번 다녀간 관광객이 한국을 기꺼이 다시 찾게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외국인 관광객 연 1000만 시대인 지금도 가격표시를 하지 않는 식당,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와 상점이 있다. 쇼핑 강요, 환전(換錢) 사기, 가이드가 강매하다시피 하는 싸구려 관광상품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 관광에 만족했다’는 중국인이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머물고 싶은 한국, 다시 오고 싶은 한국이라야만 관광대국이 될 수 있다.
오랜 역사와 넓은 국토를 가진 중국은 수많은 문화재와 천혜의 자연관광 자원을 가졌다. 일본도 빼어난 자연 경관과 유서 깊은 전통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두 나라 관광객에겐 수박 겉핥기식 관람 위주의 관광보다 레저 한류(韓流) 역사 생태(生態) 정보기술(IT) 의료산업 등을 활용한 체험형 체류형 관광이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 있고 부가가치도 높다. 참신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멋진 한국’을 경험한 양국 관광객이 입소문을 내도록 민관(民官)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