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은우]전업 투자자 100만 명과 정치 테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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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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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경제부 기자
이은우 경제부 기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정치 테마주’의 동태를 지켜보노라면 대권주자들의 레이스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유력 대권주자들의 말 한마디에 지지율이 오르내리듯 주가가 춤을 추기 때문이다.

25일 정치 테마주 주가 움직임도 비슷했다. 안 원장이 귀국길에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안철수 테마주는 폭락하고, 박근혜와 문재인 테마주는 상승세를 탔다. 안 원장의 발언이 자신의 정치 참여 가능성을 부인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하한가 가까이로 곤두박질친 반면 박근혜 테마주인 아가방컴퍼니, EG와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바른손, S&T모터스 등은 기세 좋게 올랐다.

정치 테마주가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밝힌 시점부터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오르내리기를 수십 차례 하는 동안 금융당국의 경고는 먹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과거 주가 조작에 개입한 작전세력조차 정치 테마주에 대해선 고개를 흔든다. 2000년대 중반까지 작전세력에 몸담았다는 A 씨는 “작전주도 실제 기업 실적이 좋아질 만한 테마(재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 기준대로라면 정치 테마주는 테마주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특정 정치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테마주의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치 테마주를 테마주로 분류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25일 정치 테마주 35개 종목을 집중 조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한국거래소 자료를 토대로 들여다보는 정도였으나, 이번에는 당국이 정밀 조사에 나선다. 증권사의 종목 추천이나 거래 정보를 이용한 사전 매매도 조사 대상이다.

당국의 조사는 당연하지만 효과가 불투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변동성이 큰 장세, 풍부한 유동성 등 테마주가 준동할 환경은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내 돈으로 투자한다는데 조사는 무슨 조사”라며 오히려 금융당국을 탓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작전 경험이 있는 B 씨는 “적은 종잣돈으로 하루 종일 주식에 매달리는 무직자가 족히 100만 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치 테마주에 뛰어드는 부나방들이 있는 한 테마주 근절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로 들렸다. 투자는 본인 책임하에 한다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테마주는 잠시 주가가 오르더라도 결국은 폭락하면서 끝났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은우 경제부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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