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로라 타이슨… 격동의 2011&2012]<10·끝>폭풍 속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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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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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타이슨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하스경영대학원 교수 전 미국 국가경제보좌관
로라 타이슨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하스경영대학원 교수 전 미국 국가경제보좌관
2012년의 시작과 함께 아시아에서도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늘이 드리워지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아시아는 유럽의 위기, 미국의 더딘 경기회복에서 ‘분리’되길 바라지만 결국 발목이 잡힌 셈이다. 이미 중국은 최대 시장인 유럽의 수요 감소로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중국의 제조업 생산이 하강 국면에 들어서기는 3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미국과 유럽 수출에 의존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위기도 뚜렷해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아시아 경제가 미국, 유럽 경제와 분리되는 일은 없었다. 아시아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45%였던 당시 신흥국들은 세계 무역시장의 침체와 함께 성장세가 가파르게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GDP 대비 수출 비중은 50%로 오히려 늘었다.

분리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유로존의 위기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는 아시아 경제의 둔화를 의미한다. 하지만 아시아 경제가 가계 소비를 늘려 내수를 확대한다면 서구 선진국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구가할 수 있다. 희소식은 아시아 경제가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해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줄일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아시아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대 초반 60%에서 현재 50%로 떨어졌다. 특히 중국은 소비 비중이 40%가 안 된다. 주요 경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의 다른 개발도상국보다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아시아의 소비인구는 35억 명이나 된다. 중국만 놓고 봐도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소비 비중은 3%에 불과하다.

중국과 다른 신흥 아시아 국가들은 GDP 대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비교적 적다. 소비를 촉진할 재정 능력이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해 세수가 28%나 늘었다. 외화준비금도 3조 달러 이상이다. 게다가 경기 둔화와 원자재 시장 위축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다. 덕분에 아시아 경제 관료들은 경기과열을 막던 데서 내수 경기를 진작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이미 인플레이션이 잡혀 가면서 통화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나라들, 대만 태국 싱가포르 한국 등은 수출 부진을 내수로 대체할 수 없다. 내수를 확대하더라도 여전히 경제 성장의 핵심 축은 수출이다. 게다가 이들 나라에 중국은 주요 수출 시장이 됐다. 이 때문에 중국의 내수 활성화는 중국 경제뿐만 아니라 아시아 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다. 선진 시장의 침체로 역내 무역의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래도 낙관적인 것은 중국의 역내 수입이 최근 몇 년간 대미 수출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2009년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중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전체의 빠른 회복을 이끌었다. 이제 또 다른 글로벌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중국의 제12차 5개년 계획도 이런 시급성 때문에 내수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방 노동자의 임금 인상, 도시 가구에 대한 소득 지원, 중소기업 자금 지원, 사회복지 프로그램 확대 등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도 중국 국민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위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아시아 경제가 단기에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 악재로부터 분리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비록 늦었지만 선진국의 위기에서 아시아의 발전 전략에 건강한 변화를 끌어내는 희망적 신호들이 보인다. 그 길은 중국이 이끌어야 한다. ⓒProject Syndicate

로라 타이슨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하스경영대학원 교수 전 미국 국가경제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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