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재완]제1회 변호사시험과 新법조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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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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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조계가 위기다. 밥그릇의 위기고, 신뢰의 위기다. 변호사들은 수가 늘어나면서 어렵다고 불평한다. 판검사의 전문성도 의심받는다. 사람들은 숨겨진 정치적 동기와 금전 거래를 상상한다. 올해는 특히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 3일 시작된 제1회 변호사시험은 변화의 신호탄이다. 운전면허시험보다 낮은 1.13 대 1의 경쟁을 통해 변호사 자격이 부여된다. 그 수가 1500명이다. 여기에 사법연수원 졸업 예정자가 1030명이다. 2000명이 넘는 법조인이 한꺼번에 배출되면 법률서비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곧 개봉될 영화 ‘부러진 화살’은 법조 불신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판결에 불만을 품은 한 교수가 재판장을 석궁 테러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감독은 “판사들이 몹시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사건의 재판장은 가장 이상적인 판사의 길을 걸어왔고, 주심은 법원에서 가장 진보적 성향의 판사 중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법조계 전체에 대한 불신이다.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많은 법조인은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법조인 수가 너무 많은 데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이런 사고는 변호사를 대량 양산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이 실패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법전원 출신은 실력이 없다고 폄하하기도 하고, 법전원 출신의 대량 실업사태를 부각하기도 하고, 일본의 실패 사례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은 법학부와 사법시험을 존치하면서 로스쿨을 시행하고 있어 우리와 다르므로, 법전원 출신의 능력은 길게 보고 평가해야 한다. 3년이라는 짧은 교육 기간, 높은 합격률, 변호사의 대량 배출 등은 로스쿨 도입 당시 예견한 일이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법조인상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시작한 것이 법전원이다. 20대 청춘을 사법시험 합격에만 매달린 사람들에게 사법부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비판적 여론이 컸다.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단체교육을 받으면서 끼리끼리 문화가 형성돼 법조비리의 온상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은 우리 사회가 다원화된 법조계를 선택한 결과다. 물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법률서비스 시장은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고 있다. 로펌은 사법연수원 출신과 법전원 출신의 능력을 평가해 적절히 뽑고 있다. 시행착오는 불가피하지만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경쟁이 심화된 새로운 법조시대의 최우선 과제는 사법의 신뢰 회복이다. 지금 법조계가 불신 받는 것은 변호사 수 증가와 관계가 없다. 변호사 수가 늘어나기 전에 법조인이 된 사람들이 벌인 행태의 결과다.

신뢰 회복을 위한 첫 번째는 소통에 있다. 공무원인 판사와 검사는 국민에게 자기 결정을 설명할 의무까지 부담해야 한다. 특히 판결문은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도록 내용이 충실하고, 쉬운 언어로 작성해야 한다. 둘째, 법조윤리를 구체화해야 한다. 법원과 검찰은 구체적인 윤리실천규범을 제정하고 정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과거 법조인 수가 적을 때는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도제식 교육으로 충분했다. 지금은 불가능하다. 판사 검사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치지도 않은 채 일선에 투입하고, 당사자는 독립성이라는 방패로 자기 행동을 정당화하면 사법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법조인 양성기관으로서 법학전문대학원이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한다. 법학 교육에 있어 대학의 자율성과 배출된 변호사 간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나타난 결과는 입학정원과 교육과정 등에 반영해야 한다. 지금처럼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이중으로 학사 운영을 옥죄는 방식은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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