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규용]글로벌 식량위기의 시대… 농업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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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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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올해 초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인구가 2050년 90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이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지금보다 식량 생산량이 70% 증가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인구 증가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곡물소비 증가, 미국 등 선진국의 바이오에너지 소비 확대 및 곡물 투기의 영향으로 국제 식량수급 불균형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10일 세계의 저명한 경제학자 461명은 주요 20개국(G20)에 공동서한을 보내 “지구상에서 10억 명이 만성적인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과다한 투기를 규제해 곡물가격을 떨어뜨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 역시 식량안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주곡인 쌀은 자급하고 있으나 다른 곡물의 자급률은 매우 낮다. 곡물 수입도 일부 국가와 메이저회사에 집중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할 경우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정부는 최근 ‘곡물자주율’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국내 생산뿐만 아니라 ‘해외 곡물의 안정적 확보 가능성’까지 확대해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 유통하는 물량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현재 27% 수준인 곡물자주율을 2020년까지 65%로 끌어올리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식량자급률 목표치 재설정 및 자급률 제고 방안’을 7월 발표했다. 곡물자주율을 높이려면 국내 생산을 극대화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동시에 해외농업 개발을 활성화하고 국제시장에서 곡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2009년 ‘해외농업개발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해외농업 투자를 지원한 이후 많은 기업이 해외농업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토지 권리 확보의 어려움, 물류인프라 미비, 복잡한 행정절차 등의 제약 요인으로 대규모 해외농장 개발은 아직 활발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제약 요인 극복의 일환으로 우리 정부는 필리핀 정부와 함께 농업 중심 복합산업단지(MIC)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 중심 MIC란 농업을 중심으로 농기계 비료 농약 등 관련 제조업까지 포괄하는 복합단지를 말하는 것으로 정부 간 협력으로 토지 임차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정부 및 민간 협력방식으로 투자 재원을 조달하게 된다. 정부는 MIC를 민관 협력 해외농업 개발의 성공모델로 만들어 앞으로 대규모 영농이 가능하고 물류여건이 좋은 국가들로 진출 지역을 다변화할 예정이다.

해외농업 개발은 우리나라의 곡물자주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우수한 우리 농업기술을 전수해 개발도상국의 농업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는 상생의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해외농업 투자와 동시에 투자대상국에 농업기술과 시설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국제농업협력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한편 국제 곡물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2015년까지 400만 t 확보를 목표로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민간 기업들이 공동으로 곡물유통회사를 설립해 미국 등 곡물수출국에 현지 유통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농업 개발과 국제곡물회사 설립을 연계해 국제식량가격 급등 시 해외에서 생산된 곡물을 국내에 조달할 수 있도록 대응할 계획이다.

식량안보는 글로벌 식량위기 시대에 선진국 도약을 위한 필수과제이다. “곡물 공급 부족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몇 년 후에는 억만금을 줘도 음식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향후 가장 위대한 사업은 농업이 될 것이므로 농부가 돼라”고 상품 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가 최근 조언한 대로 개척정신을 가진 젊은 농업인과 기업들이 세계를 무대로 가장 위대한 사업인 농업에 일생을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온 것이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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