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현우]선관위 경고는 유권자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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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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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급기야 서울시선관위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이나 네거티브 선거의 정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각 정당에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10일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에 참석해 입을 모아 정책경쟁 선거를 치르겠다고 서약했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 약속을 깨뜨렸다. 유권자들이 새로운 정치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수도 없이 전달했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정치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정책선거 대신 상대 비방에 몰두

투표 결정은 정당, 이슈 그리고 후보자 자질이라는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이루어진다. 정당은 후보자의 이념적 가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슈는 후보자들이 당면과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에 초점을 두게 된다. 후보자 자질이란 개인적 능력과 도덕성 등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를 의미한다.

위의 세 가지 요인은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 정당의 이념에 따라 현안에 대한 인식과 해결책이 달라지고 후보자가 갖는 장단점도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정당 지지는 선거운동 이전에 결정되는 장기적인 요인인 데 반해 이슈나 후보자 자질은 선거 기간 전달되는 정보를 통해 투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선거운동에서 상대후보의 현안 인식과 해결방안에 대한 비판적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상대후보가 공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리더로서 도덕적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필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를 검증하되 미래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행적이 향후 공직을 맡았을 때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작금의 선거캠프들의 전략을 보면 선거의 중요한 두 가지 기능을 망각하고 있다. 첫째, 선거는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한다. 선거는 선출된 대표에게 정통성을 부여한다. 선거 기간 대립되는 의견이 존재하지만 다수의 의사에 따라 대표를 선출한 후에는 지지자들의 대표가 아닌 전체 시민의 대표가 된다. 따라서 선거운동에서 상대후보가 경쟁자인 동시에 정치동료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상대후보가 파렴치한 국회의원이거나 시민운동가인데 지금까지 유권자들이 속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전투구 속에서 선거 후 화합이 가능할까.

둘째, 선거는 과거가 아니라 산적한 문제들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새로운 서울시장이 당면한 문제들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정당들은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진단과 해결방안에 관해 유권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상대방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당선돼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능력 있기 때문에 공직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이전투구 선거 뒤 화합 가능할까

유감스럽게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이 같은 선거의 기본원칙이 실종됐다. 선거 승리만이 유일한 목적이며, 상대를 깎아내릴 수만 있다면 어떤 수단이나 방법도 개의치 않는다. 검증되지 않아도 상대후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면 일단 터뜨리고 보자며 작정하고 있다. 진실은 선거 후의 문제이므로 상관이 없으며, 상대는 악(惡)이고 자신은 선(善)이라는 흑백논리뿐이다.

선거를 통한 국민통합이 아니라 분열이 심화돼도 상관이 없다는 식의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정책을 통한 지지 확대 전략은 없고 상대 비방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선거가 단 하루 남았지만 이제라도 선관위 경고의 의미를 되새겨보기 바란다. 진정으로 국가를 걱정한다면 선거의 바른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선거는 당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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