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종남]한국 기업환경, 정말 개선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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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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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 규제개혁추진단 부단장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 규제개혁추진단 부단장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1년 기업 환경(Doing Business)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183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작년보다 무려 8계단 상승했다. 평가가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좋은 성과로 현 정부 들어 15계단이나 올랐다. 최근 우리를 둘러싼 나라 밖 소식이 온통 암울한 전망 일색인데 모처럼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고 고무적이다.

우리나라는 채권 회수(2위), 국제교역(4위), 퇴출(13위) 등의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특히 창업, 세금 납부, 자금조달 부문이 크게 향상됐다. 창업 부문은 작년 60위에서 올해 24위로, 세금 납부와 자금 조달은 각각 49위에서 38위로, 15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특히 창업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집권 초기부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 공장 신증설 등 투자 확대를 지원해온 결과라고 본다. 과거 법인 설립 때 세무서 등 7개 기관을 직접 방문해 8단계 절차를 거쳤지만 온라인 재택창업 시스템을 구축해 창업 절차와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최저자본금(5000만 원), 채권 매입의무(자본금의 0.1%) 등도 폐지했다. 실제 신설법인 수를 보면 참여정부 시절 연평균 5만1000개 수준에서 작년 6만 개를 넘어섰다. 세금 납부에서는 지방세목 통합, 4대 보험 통합징수로 연간 납부 횟수와 소요시간을 줄였다.

전체적인 순위 상승은 어쩌면 예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 초기부터 창업 절차 간소화 외에도 산업단지 설립 절차와 토지 이용 규제를 개선했고 규제일몰제, 한시적 규제유예 제도 등 다양한 규제개혁 시스템을 마련해 왔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이 기업 환경 평가순위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도 재산권 등록(71위), 투자자 보호(79위) 등에서 형편없는 평가를 받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재산권 등록상 부동산등기 등 절차가 복잡하고 소관기관이 다수에 걸쳐 있는 문제가 있으며 투자자나 주주 이익 보호는 세계경제포럼(WEF) 등의 세계경쟁력 평가에서도 취약점으로 계속 지적받고 있다. 외국자본 유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내년으로 예정됐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이 최근 철회됐다.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외국자본 유치에 불리한 만큼 원래 계획대로 인하해야 한다.

또 세계은행 평가가 주로 창업에서 퇴출까지 기업활동 단계상의 행정절차와 비용 중심의 평가라는 한계도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나 노사관계 선진화, 각종 진입장벽 철폐 등은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꼭 개선해야 한다.

이처럼 해외 기관의 긍정적인 평가가 그대로 국내 기업 현장의 체감도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규제 완화나 기업 환경 개선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평가는 꾸준히 호전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속도가 더디다. 정부도 중앙의 제도 변화나 법령 정비 등이 지방정부에 반영되는 비율이 낮은 것이 한 원인이라고 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의 파고가 밀어닥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경쟁국과 대등하거나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케인스는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에 의해 투자가 결정된다고 했지만 야성적 충동은 기업 환경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답은 나와 있다. 기업 환경 개선, 앞으로도 지속해야 한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 규제개혁추진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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