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만우]회계법인 본분은 감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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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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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저축은행 문 닫기가 우범지역 강력사건처럼 빈발하고 있다. 추가 영업정지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금융위원장의 구두보증의 신뢰는 이미 바닥났다. 더구나 익명의 6개 저축은행이 집중치료 대상임을 금융당국 스스로 밝히고 있어 예금자의 불안감이 높다.

저축銀 PF부실 감춰 사태 악화

영업정지가 유보된 6개 저축은행 중에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5%를 넘겼지만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자본 잠식 상태인 경우도 포함됐다. 자본 잠식 상태에서도 BIS 비율이 5%가 넘는 아이러니는 후순위채권 때문에 생긴다. 후순위채권은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는 현금으로 상환한다. 그러나 지급 순위는 예금보다 나중이기 때문에 예금 안전성만 따지는 BIS 비율 계산에서는 부채가 아닌 보완자본으로 인정된다. 과거 정권에서 후순위채권이라는 임시방편 스테로이드 처방으로 부실 처리를 미룸으로써 화근이 덧난 셈이다.

우량자산 매각을 통한 일시적 이익 짜내기는 ‘황금알 거위 배 가르기’에 비교되는 단기적 연명 수단이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정석이다. 자금력 없는 대주주는 경영권에 미련을 버리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야 한다. 대주주가 타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속임수는 부실을 가중시키는 범죄행위다.

저축은행은 1인당 5000만 원 한도의 예금자보호를 방패로 영업한다. 영업허가만 있으면 예금은 들어오기 때문에 자금 운용이 관건이다. 자금 운용 과정에서 부실이 누적되면 만회를 위한 고금리 예금 유치와 무리한 투자가 유발된다. 주택경기 불황으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저축은행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부실 발생 초기 단계에 회계분식 없이 대손충당금 소요를 적정히 보고했더라면 예금보험기금을 동원해 조기에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부실을 감추고 뇌물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지연시킴으로써 사태가 악화됐다.

실사 결과 산출된 BIS 비율은 보고된 수치보다 현저히 낮았다. 가장 심했던 에이스저축은행은 8.5%에서 ―51%로 돌변했다. 회계분식 및 정도가 더 심한 회계부정의 1차적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다른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미국의 경우 금융사기범 메이도프는 150년, 엔론 분식회계의 주범 스킬링은 24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저축은행을 비롯한 예금보호 대상 금융회사의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금융 법규 및 재무회계의 전문성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사외이사가 알고도 회계분식을 눈감는 경우에는 경영진과 동일한 벌칙을 부과해야 한다. 중대한 과실로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경우에도 엄중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외이사 중대과실땐 책임 물어야

금융회사의 외부 회계감사는 전문성을 갖춘 우량 회계법인이 맡도록 제한하고 전문성 담보를 위한 실무경력과 교육훈련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부실감사에 대한 회계법인 제재도 금융회사 업종별로 세분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부실감사가 적발되면 당해 금융회사에 대한 감사뿐만 아니라 동종 업종 금융회사에 대한 업무도 제한하는 업종별 통합제재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부실감사에 대한 금전적 제재인 손해배상 공동기금 추가 적립과 과징금도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할증 적용할 필요가 있다.

감사책임을 강화하면 회계법인은 더 많은 감사인력을 동원할 것인데 이에 따른 감사보수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 감사위험에 비해 보수가 낮아 우량 회계법인이 수임을 회피했던 것도 저축은행 부실이 방치된 이유 중 하나다. 사외이사 및 외부 회계감사에 의한 철저한 감시는 부실 조기 진단을 통해 금융회사를 살리는 최선의 방안이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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