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진창수]日의원 ‘입국 저지’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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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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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계획으로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장관의 독도 방문에 불만을 가졌던 이들은 독도가 한국의 영토로 자연스럽게 굳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이런 계획을 실행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음모와 함께 선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얄팍한 정치적인 계산을 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국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공명심’을 앞세워 한일 갈등을 한껏 부추겼다. 문제는 자신들의 행동이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이 없다는 데 있다.

“독도 분쟁지역 알리자”정치적 계산

이번 사태를 일본 의원들의 개인적인 자질 문제보다는 일본 정치의 흐름에서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탈냉전 이후 일본에서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과거사 반성과 사죄를 통해 아시아와의 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이에 대한 일본 우익들의 위기감과 반발은 장기불황으로 힘들어하는 일본 국민에게 파고들어 내셔널리즘을 자극했다. 그 결과 일본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이후 2010년 ‘간 담화’로 이어지는 과거사에 대한 적극적인 화해의 모습과 함께 한편에서는 아베 총리의 ‘주장하는 외교’로 대표되듯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과거지향적 우익들의 반발 또한 커지는 기묘한 현상이 나타났다.

일본 사회당의 몰락, 그리고 세대교체로 인해 과거지향적인 우익들의 목소리가 정치권 내에서 상식으로 굳어짐으로써 한국이 도덕적인 우위를 통해 일본을 몰아치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이 지속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민주당 정권은 국내 정치에 매몰돼 외교에서 우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런 일본 정치의 흐름으로 인해 이번처럼 일본 내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한일관계 갈등을 가져오는 행동으로까지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대응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우익의 목소리가 일본 정계 내에서 영향력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한국 내 관심이 일본에 역으로 영향을 미쳐 우익들이 바라는 대로 양국 간 이슈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일본 의원들 중에는 “나의 행동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한국이 의미를 부여해 줄 것이다”라고 말한 의원도 있다고 한다. 그들의 음모대로 한국 정치가들이 앞서서 발언을 하며 이번 사태는 중요한 뉴스거리가 되었다. 앞으로 일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일본의 독도 도발을 생각할 때 이처럼 우리가 나서 문제를 키울 필요는 없다. 일본 정치가나 일반인이 하는 행동에 일일이 대응하면 일본 우익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일이 대응해 문제 키울 필요없어

또한 이번 사태를 통해 한일 양국은 국익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아직 일본 내에는 독도 문제를 통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일본이 단지 독도를 분쟁지역화하기 위해 한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야말로 한일관계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즉, 한국과의 협력을 통한 거대시장의 확대, 그리고 중국에 대한 적절한 균형정책 등이 일본의 국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합리적인 목소리가 일본 정치권 내에서 커져야 하는 것은 일본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 한국도 중국의 부상과 함께 일본의 전략적인 카드를 고려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한일 모두 미래의 관점에서 독도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전략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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